
이금이 작가의 『건조주의보』는 현대 사회의 아이들에게 내린 감정 결핍의 경보이자, 그 속에서도 여전히 살아 있는 따뜻한 인간성을 되살리는 치유의 이야기집이다. 작가는 다섯 아이의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의 마음도 쉽게 말라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잔잔하지만 묵직하게 그려낸다. 이 작품은 어른들이 놓치기 쉬운 아이들의 감정의 틈새를 들여다보며, ‘위로’와 ‘돌봄’이 어떻게 진정한 힘을 발휘하는지를 보여준다. 이금이는 교훈을 설교처럼 전하지 않는다. 대신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러운 공감과 회복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만든다.
건조주의보, 아이들의 마음에 내린 경보
『건조주의보』에는 다섯 명의 아이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모두 각기 다른 상처를 안고 살아가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감정의 건조함이다. 가정과 학교, 친구 관계 속에서 그들은 점점 말라가고 있다. 작가는 이러한 건조함을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의 기후로 표현한다. 마음이 메마른 시대, 사랑도 위로도 쉽게 휘발되는 세상 속에서 아이들의 감정은 마치 사막의 모래처럼 흩어진다. 이금이는 그 메마른 풍경 속에서도 아이들이 여전히 슬픔을 느끼고, 위로를 바라며, 사랑을 기억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래서 『건조주의보』는 단순히 슬픈 이야기가 아니라, 메마름 속에서도 생명을 지키려는 아이들의 기록이다. 이금이 작가의 섬세한 관찰력과 진심 어린 문장은 독자에게도 ‘나는 괜찮은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작가의 시선, 설교가 아닌 위로로 다가오다
이금이 작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교훈’으로 풀지 않는다. 그녀는 아이들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며, 독자가 스스로 느끼게 한다. 건조한 사회에서 위로가 얼마나 중요한지, 또 그것이 얼마나 쉽게 사라지는지를 작가의 서사는 자연스럽게 깨닫게 만든다. 『건조주의보』의 인물들은 울고 싶지만 울지 못하고, 도움을 청하고 싶지만 말하지 못한다. 그럴 때마다 작가는 인위적인 해결책 대신 ‘이야기 자체’를 통해 위로를 건넨다. 이 책의 위로는 감정적인 호소가 아니라, 마음속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잔잔한 울림이다. 이금이의 문장은 마치 겨울의 찬 공기를 뚫고 들어오는 한 줄기 햇살 같다. 그녀는 아이들을 대신해 말해준다. “괜찮아, 네가 느끼는 건 모두 진짜야.” 그 한마디가 오히려 세상 어떤 위로보다 따뜻하다.
건조한 사회를 적시는 이야기의 힘
『건조주의보』는 단순한 동화집이 아니다. 이 작품은 지금의 우리 사회, 특히 감정이 메말라가는 현실을 정면으로 비춘다. 어른들은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아이들은 괜찮다”라고 믿지만, 이금이 작가는 “아니, 그렇지 않다”라고 조용히 반박한다. 그녀의 이야기는 아이들의 외로움, 무력감, 그리고 표현되지 못한 감정을 단정한 문체로 끌어올린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아이들의 마음이 왜 이렇게 건조해졌는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그리고 동시에 깨닫게 된다. 진짜 해결책은 대단한 제도가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작은 관심과 대화라는 것을. 『건조주의보』는 그 잊힌 감정의 언어를 다시 꺼내어 우리 모두가 잃어버린 ‘공감의 감수성’을 회복하게 만든다.
이금이 작가의 『건조주의보』는 현대인의 마음 기후 보고서이자, 모든 세대를 위한 위로의 책이다. 이 책은 감정이 사라져가는 세상 속에서 “이야기”가 가진 치유의 힘을 다시 일깨운다. 아이들의 메마른 마음을 어루만지며, 그 속에서 다시 피어나는 희망의 온기를 느끼게 한다. 이금이의 이야기는 결국 말한다. “우리는 여전히 서로에게 따뜻한 존재일 수 있다.” 건조주의보가 내린 세상에서, 그녀의 동화는 가장 부드러운 ‘비의 예보’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