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존재를 떠나보낸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입니다. 특히 그 존재가 오래 함께해 온 반려동물이라면, 그 상실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공백으로 남곤 합니다. 반양장 작가의 『고양이 타타: 너를 만난 여름』은 그런 상실의 시간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조용하고 따뜻하게 말을 거는 책입니다. 고양이 타타와 함께한 여름의 기억은 단지 계절의 풍경이 아닌, 상실을 마주하고 회복으로 향하는 내면의 여정이기도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작품이 담아낸 감정의 서사 구조, 반려동물을 통한 치유, 그리고 애도의 글쓰기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타타: 기억이 된 존재, 여전히 곁에 있는 감정
『고양이 타타: 너를 만난 여름』의 중심에는 타타라는 고양이가 있습니다. 이 고양이는 작가와 함께 수년을 살아온 반려묘이자, 그 존재 자체로 하나의 세계였습니다. 하지만 책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타타는 이미 세상에 없습니다. 작가는 타타를 떠나보낸 뒤, 그 빈자리를 글로 채워나가기 시작합니다. 이 책은 그리움으로 점철된 애도의 기록이지만, 단순히 슬픔에 머물지 않습니다. 타타는 이 책 속에서 단순한 동물이 아닙니다. 그는 작가의 일상, 사유, 말하지 못한 감정, 심지어 작가 자신을 비추는 거울 같은 존재로 그려집니다. 이처럼 반려동물은 종종 인간이 감정적으로 의지하고, 자아를 투영하게 되는 존재입니다. 타타는 작가가 세상과 연결되는 통로였고, 동시에 자기 자신과 대화하게 해주는 매개체였습니다. 작가는 타타를 통해 인간관계에서 느끼지 못했던 무조건적인 신뢰와 위안을 경험하며, 그 존재가 사라진 뒤에도 그 기억은 지속적으로 삶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 책의 문장은 차분하면서도 깊고, 독자는 작가가 타타를 그리워하며 적어 내려간 문장을 통해 자신이 사랑했던 존재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렇게 이 책은 타타와의 여름을 ‘기억’에서 ‘회복’으로 이어지는 감정의 다리로 만들어줍니다.
감정서사: 고요하지만 강한 정서의 곡선
『고양이 타타: 너를 만난 여름』은 격렬한 사건이나 극적인 반전 없이 전개됩니다. 하지만 이 책이 주는 감정의 곡선은 그 어떤 이야기보다 깊고 묵직합니다. 작가는 일상의 조각들을 하나씩 꺼내며, 타타와 함께한 시간들을 조용히 기록합니다. “창문 밖에 햇살이 들던 오후, 그 자리에 타타가 있었다.” 같은 문장 하나가 독자의 마음을 울리는 이유는, 그 문장이 사실상 ‘부재의 존재’를 끌어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감정서사의 구조는 ‘함께했던 시간’, ‘떠남의 순간’, ‘남겨진 삶’으로 구성됩니다. 이 구성은 대부분의 애도 서사에서 보이는 구조이지만, 반양장 작가는 이를 감정적으로 소란스럽게 풀지 않습니다. 오히려 담담한 문장으로 더 큰 슬픔을 전달합니다. 이 차분한 서술은 독자로 하여금 감정을 억지로 끌어내기보다는, 조용히 자기 안의 기억과 감정에 닿게 만듭니다. 또한 이 작품은 독자가 스스로의 상실을 투영할 수 있는 여백을 충분히 남겨둡니다. 문장 사이의 공백, 말하지 않은 이야기들이 오히려 더 많은 말을 하는 듯합니다. 독자는 타타의 부재를 따라가며, 자신의 삶에서도 잃어버렸던 혹은 보내야 했던 누군가를 다시 떠올리게 됩니다. 이 점에서 『고양이 타타』는 단지 개인적인 고양이 이야기라기보다, 보편적인 ‘이별’의 이야기가 됩니다.
애도: 쓰는 행위로 다시 살아내는 감정
『고양이 타타: 너를 만난 여름』은 결국 ‘애도의 글쓰기’입니다. 사랑하는 존재를 잃고 난 뒤, 말이 아닌 글로 그 감정을 풀어내는 작업은 단순한 기록이 아닙니다. 그것은 상실의 고통을 견디는 방식이자, 그 존재를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기는 의식입니다. 반양장 작가는 타타에 대한 기억을 기록함으로써, 그 고양이가 여전히 자신의 삶 안에 존재함을 입증하고자 합니다. 애도의 글은 흔히 감정을 배설하거나, 슬픔을 드러내는 데 그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감정을 정제하고, 슬픔을 견딜 수 있는 언어로 다듬는 데 중점을 둡니다. 작가의 문장은 조심스럽고, 마치 말을 건넬 때 상대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는 사람처럼 섬세합니다. 이러한 문장들은 독자에게 감정의 회복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또한 책 속에는 고양이를 잃은 이들에게 필요한 감정의 단계들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습니다. 부정, 분노, 우울, 그리고 수용. 작가는 이 단계를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지만, 타타에 대한 회상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이제는 괜찮아질 것 같다’는 느낌이 자연스레 찾아옵니다. 이 책은 반려동물을 잃은 이들뿐 아니라, 어떤 종류의 이별을 겪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위로가 됩니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한 ‘위로’가 아닌, 애도를 받아들이고, 기억을 삶으로 통합하는 방식의 회복입니다. 『고양이 타타』는 우리가 잃은 존재를 다시 껴안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문학적 의식이자, 사랑의 또 다른 형태를 제시하는 작품입니다.『고양이 타타: 너를 만난 여름』은 단지 고양이 한 마리를 추억하는 책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누구를 사랑했고, 어떻게 보내고, 그 후에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말하는 책입니다. 반양장 작가는 타타를 통해 상실을 이야기하지만, 동시에 회복의 가능성을 조용히 보여줍니다. 타타는 이제 고양이의 모습이 아닌 ‘기억’이라는 이름으로 계속 살아 있습니다. 그 존재를 글로 붙잡아두는 이 책은, 누군가를 떠나보낸 모든 이들에게 말합니다. “당신의 마음 안에도 여전히 그 존재는 살아 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다시 걸을 수 있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