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아 작가의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장애를 가진 작가와 함께 지내게 된 주인공이 편견과 마주하고, 이해와 공존을 배워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린 청소년 성장소설이다. 단순한 감성 서사를 넘어, 다양성과 차이에 대한 인식을 환기시키며 진정한 ‘같이’의 가치를 전하는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책은 10대 독자에게 장애에 대한 이해를 넘어 삶의 태도를 성찰하게 만드는 공감형 문학이다.
낯선 만남, 낯선 시선에서 시작된 이야기
주인공 ‘윤하’는 엄마가 운영하는 작은 출판사에 맡겨진 원고 정리를 돕게 되면서, 어느 날 전동 휠체어를 탄 장애인 작가 ‘서준’과 마주하게 된다. 처음에는 낯설고 조심스럽기만 했던 그 존재는, 시간이 지날수록 윤하에게 깊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으로 다가온다. 서준 작가는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으며 묵묵히 글을 써 내려가고, 윤하는 그런 그에게 점점 호기심과 경외심을 느낀다. 작가는 이 장면들을 통해 청소년들이 흔히 갖게 되는 ‘선입견’이라는 렌즈를 자연스럽게 벗겨낸다. 서준이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도움받아야 할 사람’으로만 바라보던 윤하는, 시간이 흐르며 서준이 얼마나 성실하고 열정적인 작가이며 동시에 세상을 예리하게 꿰뚫는 시선을 가진 인물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이러한 관계의 시작을 ‘불편함’이 아닌 ‘이해의 출발점’으로 제시한다. 주인공이 서준의 존재에 점차 익숙해지는 과정은, 독자가 장애를 낯설게 느꼈던 자신의 내면과도 자연스럽게 마주하도록 만든다. 이 책의 첫 시작은 단순한 만남이지만, 그 만남은 편견이란 장벽을 허무는 강력한 계기가 된다.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성장의 서사
이 책의 진짜 힘은 윤하와 서준이 시간을 함께 보내며 ‘공존’의 의미를 배우는 과정에 있다. 둘은 출판사의 공간에서 마주치며, 대화하고,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윤하는 서준의 말투, 손의 떨림, 전동 휠체어의 소리 등 ‘다름’에 익숙해지면서, 점차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운다. 조경아 작가는 이를 통해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아닌 ‘차이와 함께 살아가는 것’을 이야기한다. 단순히 장애인에 대한 동정이나 도움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며 대등한 관계를 맺어가는 태도를 강조한다. 책 속 서준 작가는 윤하에게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넌 나를 돕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그냥 같이 있고 싶을 뿐이야”라는 서준의 말은, 독자에게도 깊은 울림을 남긴다. 이 장면을 통해 우리는 어떤 선의도 편견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우게 된다. 성장하는 주인공 윤하의 시선은 점차 바뀌고, 그 변화는 독자의 시선 변화로도 이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그래서 단순한 감성소설이 아닌 성장과 공존을 함께 배울 수 있는 ‘문학적 경험’이 된다.
작가가 말하는 삶, 문학, 그리고 가능성
서준은 소설 속 등장인물이지만, 조경아 작가는 그를 통해 장애를 딛고 자신의 언어로 세상을 말하는 ‘진짜 작가’의 모습을 보여준다. 책 속에서 서준은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누군가 내 말을 들어주길 바라기 때문이 아니라, 나 스스로에게 말 걸기 위해서야”라고 말한다. 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핵심 문장이자, 작가 조경아가 이 소설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문학의 본질이기도 하다. 이 책은 문학을 ‘치유’의 수단이 아니라, 세상과 나를 연결하는 도구로 바라본다. 서준은 자신의 불편한 몸을 감추지 않고, 글로서 삶을 해석하고 표현한다. 그리고 그 글을 읽는 윤하는 문학의 본질적 힘을 체험하게 된다. 또한, 작가는 단지 ‘장애’만을 말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어떤 조건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것은 장애인뿐 아니라, 위축된 10대, 관계에 지친 이들, 혹은 자기 자신을 이해하지 못했던 사람 모두에게 해당하는 메시지다『그럼에도 불구하고』는 편견을 넘고 사람을 보는 시선을 배우는 이야기다. 장애라는 차이를 통해 성장하는 청소년의 내면 변화와, 진정한 관계의 본질을 섬세하게 풀어낸 이 작품은 청소년 독자뿐 아니라 모든 세대에게 울림을 준다. 조경아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말한다. 세상은 여전히 불완전하고 불편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며 살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