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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류 책 물살 속에서 작은 선택들 언어의 힘

by 달빛서재03 2025.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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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류의 책 표지

정대건 작가는 한 편의 소설로 깊은 여운을 남기는 드문 서사를 지닌 이야기꾼입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급류』는 제목 그대로 인생의 격류 속에서 방향을 잃지 않으려는 청춘들의 이야기입니다.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삶의 본질적 질문들을 던지며, 정체성과 선택의 의미를 되묻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급류』를 중심으로 정대건 작가의 작품 세계를 성장 서사와 문체적 특성을 통해 해석해 보겠습니다.

급류: 멈추지 않는 삶의 물살 속에서

『급류』는 제목부터 삶에 대한 은유를 담고 있습니다. ‘급류’는 방향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그저 흘러가고, 휘몰아치며, 때로는 모든 것을 집어삼키기도 합니다. 정대건 작가는 이 자연의 흐름을, 청춘기의 인간에게 닥친 내면의 혼란과 외부 환경의 압력으로 재해석합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삶의 중요한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학교, 진로, 인간관계 등 누구에게나 익숙한 ‘결정해야 할 문제들’이 주어지지만, 정답은 없습니다. 그저 그는 흘러가는 강물 속에서 자신이 휘말려가는 것인지, 스스로 노를 젓고 있는 것인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은 마치 현대 청년들이 처한 현실을 대변합니다. 정대건 작가는 이를 통해 ‘우리는 언제나 결정하며 살아가지만, 그 결정이 옳은지는 나중에야 안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급류는 두렵고 불확실한 인생의 상징이지만, 동시에 그것을 받아들이고 끝까지 흐르기로 한 존재만이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 작품은 독자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성장: 작은 선택들이 만드는 나라는 사람

정대건 작가의 작품 세계에서 ‘성장’은 단순한 변화가 아닙니다. 그는 성장의 과정을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시간’으로 해석합니다. 『급류』 속 주인공도 어떤 특별한 계기로 극적으로 성장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작은 결정 하나하나가 쌓여 ‘나’를 만들어간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떠밀리듯 따라갔던 친구와의 여행, 또는 어쩌다 보니 맡게 된 누군가의 부탁은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작가는 그런 ‘작은 선택’들이 마음속에 남아 어떤 방향성을 만들어준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점이 정대건 작가가 다른 성장소설 작가들과 구별되는 특징입니다. 또한 그는 ‘완성형 인간’이라는 개념을 부정합니다. 『급류』를 읽다 보면, 주인공이 끝내 어떤 해답을 얻지 못하고 이야기가 마무리됩니다. 하지만 그 끝은 ‘멈춤’이 아니라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는 상태’입니다. 작가는 이처럼 독자에게 완전한 성장 대신 ‘이해와 수용’이라는 현실적인 성장 서사를 제시합니다. 이러한 접근은 특히 오늘날 불안정하고 정답 없는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깊은 공감과 위로를 줍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확신이 없어도 나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는 그 자체로 강력한 응원이 됩니다.

문체: 간결하지만 묵직한 언어의 힘

정대건 작가의 문체는 ‘담백하지만 진하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그는 장황한 설명이나 감정의 과잉 없이, 짜리한 문장과 일상의 대화 속에 중요한 메시지를 녹여냅니다. 『급류』에서도 이 같은 문체의 힘은 유감없이 발휘됩니다. 일견 평범한 문장이지만, 읽다 보면 문장 하나하나가 깊은 울림을 줍니다. 예를 들어 “나는 그냥, 그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라는 문장은 간단하지만 그 상황의 정서를 정확히 전달합니다. 독자는 그 한 문장에서 말하지 못한 수많은 감정을 읽어내게 됩니다. 이는 정대건 작가가 감정을 ‘말하는’ 대신, ‘느끼게’ 하는 방식의 글쓰기를 택한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적입니다. 또한 그는 일상어를 무기로 씁니다. 지나치게 문학적인 어휘보다는, 친구와 나누는 대화처럼 자연스러운 문장을 선택합니다. 이 점은 특히 20~30대 독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오며, 그의 이야기가 더 현실감 있게 느껴지도록 만듭니다. 정대건의 문장은 짧지만 생각할 거리를 남깁니다. 읽는 이로 하여금 자기 내면을 돌아보게 하고, 주인공의 경험이 곧 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게 합니다. 이는 소설의 분량과 상관없이 깊이 있는 서사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급류』는 거대한 사건 없이도 인생의 방향을 묻는 깊은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정대건 작가는 인물의 외적인 변화보다, 내면의 결을 따라가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끊임없이 질문합니다. 그의 문체는 담백하지만 진지하고, 그의 이야기는 잔잔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급류』를 통해 우리는 삶이 흐름임을, 그 안에서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임을 깨닫게 됩니다. 지금 삶의 한가운데, 물살에 휘말린 것처럼 느껴진다면, 이 책이 말없이 등을 밀어주는 바람이 되어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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