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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반딧불 책 감정의 울림 피어나는 자존감 문장의 온도

by 달빛서재03 2025.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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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반딧불의 책 표지

황가람 작가의 『나는 반딧불』은 밤이 되어야 비로소 드러나는 감정들과, 그 감정들 속에서 조용히 빛나는 자아의 이야기를 담은 감성 에세이다. 낮에는 괜찮은 척 살아가지만, 밤만 되면 외로움과 무기력함,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몰려오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말없이 다가와 곁을 지켜준다. 짧은 문장 안에 깊은 공감과 여운을 담아낸 이 책은, 특히 밤에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독자들에게 더없이 위로가 되는 책이다.

낮보다 밤에 더 크게 들리는 감정의 울림

『나는 반딧불』을 읽다 보면, 문장보다도 감정이 먼저 다가온다. 이 책의 모든 글은 낮보다는 밤에 더 잘 읽힌다. 사회적인 역할을 내려놓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그 조용한 틈 사이로 숨겨진 감정들이 흘러나오는 시간. 작가는 그 고요 속에 남겨진 우리를 조심스럽게 응시한다. 황가람은 감정이 가장 맨얼굴로 드러나는 순간을 밤이라 말한다. 누구와도 나눌 수 없고, 오히려 누구와도 나누고 싶지 않은 감정들이 있다. 작가는 그 감정에 이름을 붙이지 않고, 대신 온기를 부여한다. “밤이 되면 나는 내가 된다”는 문장처럼, 낮의 역할과 가면을 벗은 채로 마주하는 나 자신은 취약하지만 동시에 가장 진짜다. 책 속에는 그런 순간들이 가득 담겨 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이 책이 독자에게 ‘감정을 느끼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감정을 ‘같이 앉아 바라보자’고 제안한다. 회피하지 않아도 되고, 설명하지 않아도 되고, 그저 있는 그대로 감정을 느끼고 머물러도 된다는 그 여유가, 독자에게 진정한 휴식으로 다가온다.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사실을 황가람은 담담히 보여준다.

반딧불이라는 상징, 어둠 속에 피어나는 자존감

‘반딧불’은 이 책의 정서와 메시지를 가장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상징이다. 반딧불은 어둠 속에서만 빛난다. 낮에는 그 존재조차 보이지 않지만, 밤이 되면 작고 소중한 빛을 낸다. 황가람 작가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감정 또한 반딧불 같다고 말한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밝은 세상에서는 드러내기 어려운 감정들. 낮의 시끄러운 시간에는 쉽게 묻혀버리지만, 고요한 밤이 오면 더 선명하게 빛나는 내면의 감정들. 책에서는 반복적으로 반딧불이 등장하며, 그 이미지가 감정의 흐름과 맞닿는다. “나의 반딧불은 남이 보기엔 작고 희미하지만, 내 마음을 밝히는 데는 충분하다”라는 문장은 감정의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세상이 말하는 ‘크고 강한’ 감정보다, 나만의 작은 감정을 지키는 일이야말로 어쩌면 더 중요한 일일지도 모른다. 반딧불은 또한 회복의 속도를 상징한다. 빠르고 화려하게 번쩍이지 않지만, 오래 지속되는 은은한 빛. 감정 역시 마찬가지다. 황가람은 독자에게 ‘당장 괜찮아지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직 힘들어도 괜찮다’, ‘지금은 작고 느리게라도 괜찮다’고 말한다. 그 말은 반딧불처럼 작지만, 독자의 내면을 조용히 환하게 밝혀준다. 이런 상징의 힘은 독자의 감정을 정리하는 데 있어서도 강력한 도구로 작용한다.

혼자의 밤에 곁을 내주는 문장의 온도

『나는 반딧불』은 단순히 감정을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다. 그 감정을 다루는 문장의 태도가 이 책의 본질적인 위로다. 황가람의 문장은 날카롭지 않다. 직설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무심한 척 다가와, 문장 한 줄로 독자의 마음속 깊은 곳을 건드린다. “그 감정이 너를 아프게 했다고 해서, 너의 존재까지 잘못된 건 아니다” 같은 문장은, 마치 친구가 옆에 앉아 조용히 건네는 한마디처럼 느껴진다. 특히 밤이라는 시간대, 그리고 혼자 있는 상황 속에서 이 문장들은 더욱 깊은 울림을 준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던 혼잣말들이 책 속 문장들과 만나며 비로소 ‘들려진다’는 느낌을 준다. 작가는 감정의 주어를 독자에게 돌려주며, 너는 그 자체로 괜찮은 존재라고 말해준다. 이 책의 위로는 빠르지 않다. 천천히, 문장 하나씩 따라 읽으며 비로소 온다. 그렇기에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방 안에 앉아 책을 펼쳤을 때, 이 책은 말을 걸지 않아도 존재만으로 따뜻함을 준다. 때로는 한 줄을 읽고, 오래 눈을 감고 있게 만드는 책. 『나는 반딧불』은 단순한 독서 이상의 정서적 체험을 가능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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