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민 작가의 『나만 아는 거짓말』은 진실과 거짓의 경계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한 심리미스터리 소설이다. 누구나 마음속에 감추고 있는 ‘작은 거짓’이 어떻게 관계를 무너뜨리고 자신을 파괴하는지를 탐구한다.
거짓말: 자기 방어인가, 파괴의 시작인가
『나만 아는 거짓말』의 주인공은 어느 날 자신이 한 작은 거짓말이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번지면서, 숨겨왔던 내면의 두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김성민 작가는 거짓말을 단순한 도덕적 문제로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거짓이 인간의 본능이자 생존의 전략임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사랑받기 위해, 인정받기 위해, 혹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진실을 왜곡한다. 그러나 작가는 그 과정에서 인간이 자신에게조차 거짓말을 하게 된다고 말한다. 작품 속 주인공은 타인을 속이기보다 자신을 속이면서 더 깊은 고립에 빠진다. 김성민의 문장은 차분하고 절제되어 있다. 외형적으로는 단조로운 일상 서사 같지만, 그 안에는 파열음을 감춘 감정의 균열이 숨어 있다. “진실은 늘 늦게 도착한다”는 문장은 이 작품의 핵심 주제이기도 하다. 진실을 숨기는 순간부터, 우리는 이미 그 거짓의 노예가 되어버린다. 이 작품은 ‘거짓’을 윤리의 문제로 묻지 않는다. 대신 거짓을 감정적 생존의 수단으로 해석하며, 인간이 왜 스스로를 속이며 살아가는지를 파헤친다. 결국 ‘나만 아는 거짓말’은 사회적 관계보다 더 깊은 내면의 심연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거울이 된다.
진실: 드러남이 아닌 받아들임의 과정
김성민 작가의 작품 세계에서 ‘진실’은 폭로나 발견의 순간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오히려 진실은 인물들이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느린 과정 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나만 아는 거짓말』의 주인공은 처음에는 진실을 밝히려 애쓰지만, 점차 진실이란 자신이 감당해야 할 감정의 무게임을 깨닫게 된다. 작가는 이 과정을 “진실은 빛이 아니라 온도다”라는 문장으로 표현한다. 즉, 진실은 찬란하게 비추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스며들며 마음을 덥히거나 식히는 감정의 온도라는 뜻이다. 이 작품에서 진실은 객관적 사실의 개념을 넘어서 인간의 선택과 용서를 포함한다. 거짓말의 피해자였던 인물이 결국 자신의 거짓 또한 인정하게 되는 결말은, 진실이란 항상 상호적인 경험임을 상징한다. 김성민은 진실을 폭로의 행위로 소비하지 않는다. 대신, 인간이 진실 앞에서 어떤 태도를 취하는가에 집중한다. 주인공이 진실을 알게 된 이후 겪는 죄책감과 안도감은 독자에게도 심리적 공명을 일으킨다. 결국 이 소설은 진실이란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감내하는 것’ 임을 깨닫게 한다.
김성민 작가의 심리미스터리 미학
김성민 작가의 가장 큰 강점은 감정의 미세한 떨림을 서사로 번역하는 능력이다. 『나만 아는 거짓말』은 명확한 범죄나 사건 중심의 미스터리가 아니다. 대신 인물의 심리를 추적하는 내면적 미스터리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는 ‘거짓’이라는 주제를 통해 인간의 자의식, 사회적 관계, 감정의 파편을 치밀하게 엮어낸다. 문장은 짧고 단정하며, 대사보다 서술이 많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다. 오히려 그 절제된 리듬이 인물의 불안을 더욱 선명히 드러낸다. 그는 독자에게 사건의 전말을 빠르게 알려주지 않는다. 대신 인물의 내면 독백, 회상, 단서 같은 감정의 파편들을 퍼즐처럼 배치해 스스로 의미를 조합하게 만든다. 이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은 ‘서정적 미스터리’라는 점이다. 김성민은 진실을 쫓는 과정에 시적인 문장과 정서적 깊이를 담아, 감성과 긴장이 공존하는 독특한 서사를 완성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이 거짓말을 고백하지 않고, 대신 침묵을 선택하는 이유 또한 작가의 철학을 보여준다. 진실을 말하는 것보다 침묵을 견디는 일이 더 용기 있는 선택일 수 있다는 것이다.
『나만 아는 거짓말』은 단순한 심리소설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정교한 감정 미스터리다. 김성민 작가는 “거짓은 나를 지키지만 동시에 나를 무너뜨린다”는 역설을 통해 진실의 의미를 다시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