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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돈키호테 책 비범한 세계 거울 평범함

by 달빛서재03 2025.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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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돈키호테의 책 표지

김호연 작가의 『나의 돈키호테』는 기존의 돈키호테 신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독특한 서사 구조를 지닌 소설입니다. 이 작품은 단지 고전의 모티프를 빌린 것이 아니라, 현대인의 삶과 고통,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인물 간의 대비와 상상 구조로 풀어냅니다. 특히 ‘화자’와 ‘돈키호테’, 그리고 ‘현실 속 나’와 ‘상상 속 인물’ 간의 관계를 따라가다 보면, 이 소설이 단순한 모험담이 아닌 ‘내면의 이야기’라는 점을 깨닫게 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나의 돈키호테』의 인물 구조를 중심으로 화자, 상상인물, 대비구조 세 가지 측면을 분석합니다.

화자: 보통 사람의 시선으로 보는 비범한 세계

『나의 돈키호테』의 화자는 특별한 영웅도, 대단한 철학자도 아닙니다. 오히려 그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인물입니다. 그가 겪는 일상은 삭막하고 무미건조하며, 어딘가에 기대고 싶어도 아무도 기대게 해주지 않는 현실 속에 놓여 있습니다. 이 화자는 말하자면 ‘상상’을 향한 갈망과 동시에 ‘현실’에 발목 잡힌 존재입니다. 그런 그가 만나는 인물이 바로 ‘돈키호테’입니다. 물론 이 돈키호테는 고전 속 그 인물이 아닌, 화자의 상상 속 존재일 수도 있고, 혹은 삶의 위기에서 나타난 하나의 분열된 자아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돈키호테가 화자에게 현실을 다시 바라보는 렌즈가 된다는 점입니다. 화자는 돈키호테를 따라가며 ‘정신 나간 모험’에 동참하는 동시에, 자신이 잊고 살았던 꿈과 자유, 정의에 대해 다시 질문하기 시작합니다. 독자는 이 화자를 통해 ‘이야기의 중심’에 들어가게 되고, 그의 감정에 공감하며 스스로의 현실을 대입해 보게 됩니다. 김호연은 화자를 통해 우리 모두가 한때 품었던, 그러나 쉽게 접어버린 이상을 다시 소환해 냅니다.

상상인물 돈키호테: 현실의 균열을 비추는 거울

김호연 작가가 그려낸 ‘나의 돈키호테’는 단순히 스페인 고전의 반복이 아닙니다. 이 인물은 오히려 ‘현대 사회 속 이상주의자’의 은유이며, 화자의 내면이 만들어낸 투영물입니다. 그는 허공에 칼을 휘두르며 정의를 외치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진지하게 듣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모습이 오히려 가장 진지하게 보이게 만드는 아이러니가 있습니다. 돈키호테는 ‘정상적인 사람’의 기준에서 벗어난 존재입니다. 그는 사회적으로 성공하지도, 존경받지도 않지만, 끝내 스스로의 논리를 따라 삶을 살아갑니다. 작가는 이 인물을 통해 묻습니다. “과연 우리는 진짜 정상인가? 진짜 미친 건 누구인가?” 이 상상인물은 독자에게 비현실적인 존재가 아니라, 잊힌 진실을 다시 깨우는 자극이 됩니다. 화자와 돈키호테의 관계는 때론 상상과 현실의 관계로, 때론 이성과 감성의 관계로, 때론 과거와 현재의 관계로 읽힙니다. 김호연은 이를 명확히 구분 짓지 않고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설정함으로써, 독자 스스로 돈키호테의 정체를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듭니다. 그 결과, 독자는 돈키호테를 단순한 인물이 아닌 ‘상징’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대비구조: 평범함과 비범함의 경계에서

『나의 돈키호테』의 가장 흥미로운 서사 장치는 바로 ‘대비’입니다. 이 소설은 끊임없이 평범한 세계와 비범한 인물을 대비시키며, 독자가 양쪽 모두의 시선을 이해하도록 돕습니다. 작가는 사회의 규범과 상식, 질서 속에서 살아가는 화자를 통해 ‘현실감’을 구축하는 동시에, 그와 반대되는 돈키호테를 통해 ‘비현실감’을 부각합니다. 예를 들어, 화자는 늘 정시에 출근하고, 관성에 젖은 대화 속에서 살아갑니다. 반면, 돈키호테는 우체국에서 기사단을 모집하고, 의미 없는 싸움에도 전투의식을 불태웁니다. 이런 상반된 행동들은 처음에는 우스꽝스럽게 보이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그 ‘비상식’ 속에 숨어 있는 진심이 드러나면서 독자의 인식을 바꿔놓습니다. 작가는 이 같은 대비를 통해 현실의 무기력함을 비판하고, 동시에 상상이 가진 힘을 조명합니다. 또한, 대비구조는 이야기를 단순히 웃기거나 감동적으로 만드는 요소가 아니라, 주제의식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장치로 작용합니다. ‘진짜 미친 건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결국 독자가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결국 이 작품에서의 대비는 단순한 캐릭터 간의 차이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 바라보고 싶은 세계의 거리입니다. 김호연은 이 거리를 직시하되, 그것을 비판하거나 조롱하지 않고, 따뜻하게 껴안는 방식으로 서사를 전개합니다. 그래서 이 소설은 풍자적이면서도 따뜻하고, 웃기면서도 슬픈 독특한 감성을 완성해 냅니다.김호연 작가의 『나의 돈키호테』는 단지 과거의 고전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이 아닙니다. 이 소설은 각박한 현실 속에서 우리가 놓쳐버린 상상력과 자유, 그리고 ‘조금은 이상한 나 자신’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인물 간의 대비, 내면의 갈등, 상상과 현실의 충돌은 결국 “당신 안에도 돈키호테가 있다”는 메시지로 이어집니다. 오늘도 무기력한 일상을 반복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말합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그 돈키호테가 비록 헛소리를 한다 해도, 당신의 마음 어딘가를 다시 뜨겁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알려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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