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탁경은 작가의 『나의 찬란한 라이벌』은 경쟁이 일상이 된 사회 속에서, ‘이겨야만 존재할 수 있다’는 불안과 ‘지더라도 괜찮다’는 이해 사이에 선 사람들의 이야기다. 주인공은 완벽주의자이자 예술고등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하는 학생으로, 자신보다 더 빛나는 친구를 라이벌로 만나면서 감정의 혼란을 겪는다. 하지만 그 경쟁은 파괴가 아니라 ‘서로를 성장시키는 에너지’로 변한다. 탁경은은 이 작품을 통해 경쟁의 고통이 아닌, 경쟁 속에서 발견되는 인간적인 온도를 보여준다.
완벽주의자의 불안 — 주인공의 그림 속에서 피어난 열등감
주인공 윤하은은 항상 상위권을 유지하던 학생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 전학생 강소린이 등장하면서 그녀의 세계는 흔들린다. 소린의 작품은 완벽하지 않았지만, 거칠고 솔직했다. 심사위원들은 그 ‘진짜 감정’을 높이 평가했고, 하은은 처음으로 좌절을 맛본다. 그녀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왜 그리는가? 칭찬을 위해서였나, 아니면 정말 그림이 좋아서였나?” 그 질문이 그녀의 예술 인생을 바꾸기 시작한다. 탁경은은 이 과정을 통해 ‘완벽함’이라는 단어의 위선을 드러낸다. 하은의 열등감은 부끄러운 감정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게 만드는 출발점이다. 그녀가 캔버스 앞에 다시 서는 순간, 경쟁은 공포가 아니라 자극으로 변한다.
라이벌이라는 거울 — 질투 속에서 피어난 존경
강소린은 천재형 인물이다. 그녀는 규칙을 깨뜨리고, 형식보다 감정을 우선시한다. 하은에게 그녀는 늘 이해할 수 없는 존재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하은은 깨닫는다. 소린의 자유로움은 방종이 아니라 ‘두려움을 정면으로 마주한 용기’라는 것을. 그제야 하은은 자신이 진짜로 두려워했던 것은 ‘소린이 자신보다 낫다는 사실’이 아니라, ‘소린처럼 솔직해질 자신이 없었다’는 점임을 인정한다. 탁경은은 이 장면을 통해 경쟁이란 ‘타인과 싸우는 일’이 아니라, ‘내 안의 두려움과 싸우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하은은 점점 소린을 미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녀를 통해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할지를 본다. 그녀는 이제 경쟁자가 아닌 ‘나를 닮은 또 하나의 나’를 마주한다.
찬란한 라이벌 — 경쟁이 만든 성장의 온도
졸업 전시회를 앞두고 하은과 소린은 같은 주제로 작업을 맡게 된다. 두 사람의 화풍은 전혀 다르지만, 서로의 작품을 보며 ‘감정의 결’을 맞춰간다. 그들의 경쟁은 어느새 ‘협력’의 형태로 변한다. 하은은 소린의 붓 터치에서 자유를 배우고, 소린은 하은의 치밀함에서 균형을 배운다. 그들이 완성한 작품 제목은 『빛의 방향』. 그림 속에는 두 사람의 손이 서로를 향해 뻗어 있었다. 그것은 승패를 가르지 않는 진심의 장면이었다. 탁경은은 그들의 관계를 통해 말한다. “경쟁이란 누군가를 이기는 일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일이다.” 소설의 마지막, 하은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제 두렵지 않다. 소린이 있기에 나도 빛날 수 있었으니까.” 그 한마디는 경쟁을 두려워하는 모든 사람에게 전하는 위로처럼 울린다.
『나의 찬란한 라이벌』은 경쟁이 두려운 사람들을 위한 소설이다. 탁경은은 승패 중심의 사회 속에서 ‘함께 성장하는 경쟁’이라는 새로운 정의를 제시한다. 라이벌은 나를 쓰러뜨리는 적이 아니라, 나를 더 깊이 비춰주는 거울이다. 하은과 소린의 이야기는 단순한 예술학교의 서사가 아니라, 삶의 모든 순간에 적용되는 인간의 감정 연습장이다. 이 작품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의 라이벌은 누구입니까? 그리고 그 사람 덕분에, 당신은 얼마나 성장했나요?”라는 질문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