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이하 작가의 『네가 남긴 365일』은 사랑이 끝난 자리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한 해의 시간을 통해 상실, 회복, 그리고 기억의 지속성을 탐구한다. 단순한 이별 소설이 아니라, ‘사랑 이후의 삶’을 그린 감정의 기록이다. 유이하는 계절의 흐름을 따라 감정의 결을 세밀하게 포착하며, 독자로 하여금 사랑이 끝난 이후에도 남는 잔향을 느끼게 한다. 『네가 남긴 365일』은 결국 “시간은 흘러도 감정은 남는다”는 문학적 명제를 증명하는 서사다.
사랑이 사라진 자리 — 1월의 공기처럼 차가운 시작
『네가 남긴 365일』은 사랑의 끝에서 출발한다. 주인공 ‘나’는 연인을 떠나보내고, 1년 동안 그가 남긴 흔적을 따라 걷는다. 집 안 구석에 남은 머그잔, 핸드폰 속 사진, 그리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들려오는 음악. 모든 것이 그 사람을 환기시킨다. 유이하는 이런 ‘남겨진 감정의 잔상’을 현실적으로 묘사한다. 사랑의 끝은 폭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일상의 틈새에서 조금씩 스며드는 공허함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독자는 이별의 감정을 거창하게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평범한 하루의 공기에 섞인 쓸쓸함 속에서 ‘진짜 이별’을 경험한다. 작가는 1월의 공기처럼 냉정한 문체로 이 장면을 그리지만, 그 안에는 따뜻한 인간적인 이해가 숨어 있다. 사랑의 기억은 사라지지 않지만, 그 감정은 새로운 형태로 변한다. 그것이 바로 유이하가 말하는 “사랑 이후의 감정”이다.
계절이 흐르는 동안 — 상실이 회복으로 바뀌는 과정
『네가 남긴 365일』의 가장 큰 매력은 ‘시간의 구조’다. 소설은 1년의 시간을 계절별로 나누어 감정의 변화를 보여준다. 봄에는 여전히 사랑의 흔적이 남아 있고, 여름에는 그리움이 무겁게 눌러 앉는다. 가을에는 추억이 익어가며, 겨울에는 마침내 놓아주는 마음에 도달한다. 유이하는 계절의 변화를 단순한 배경으로 쓰지 않는다. 그것은 감정의 리듬을 상징한다. 사랑의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왔다가 서서히 잦아드는 리듬. 그녀는 문장의 길이와 호흡으로 그 리듬을 구현한다. 긴 문장은 미련을, 짧은 문장은 단념을 닮았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결국 잊지 않으려 애쓰는 대신, 기억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운다. 유이하는 말한다. “사람은 잊음으로 치유되는 것이 아니라, 기억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네가 남긴 365일』은 이 문장을 실감나게 보여주는 이야기다. 결국 독자는 주인공의 감정선과 함께 365일을 살아내며, 자신의 과거와도 마주하게 된다. 이 작품은 읽는 사람마다 ‘자신의 누군가’를 떠올리게 만드는 힘을 가진다.
유이하 문학의 감정 미학 — 잔잔하지만 강한 울림
유이하는 감정의 작가다. 그녀의 문장은 과장되지 않지만, 문장 하나하나가 정교하게 감정을 쌓아 올린다. 『네가 남긴 365일』에서도 그녀의 스타일은 여전히 단단하다. 이 소설은 사랑의 본질을 “시간이 만든 감정의 흔적”으로 정의한다. 그래서 이 작품에는 격렬한 사건이 거의 없다. 대신 독자는 ‘기억이 쌓이는 과정’을 경험한다. 사진첩 속 날짜, 바람의 온도, 계절의 냄새. 그것들이 모여 하나의 사랑을 다시 구성한다. 유이하는 이 소설을 통해 감정의 지속성을 말한다. 사랑은 끝났지만, 감정은 여전히 살아 있다. 그것은 미련이 아니라 ‘삶의 일부’로 남는다. 그래서 『네가 남긴 365일』은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 “감정의 철학서”에 가깝다. 그녀의 문장은 조용하지만, 읽는 사람의 마음속에서 오랫동안 울린다. 문학이 감정을 기록하는 예술이라면, 유이하의 작품은 그 기록의 정점을 보여준다.
『네가 남긴 365일』은 이별 이후에도 계속되는 감정의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유이하는 시간과 계절을 통해 사랑의 지속성을 세밀하게 보여주며, 인간이 감정을 통해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다. 이 소설은 결국 사랑이 끝난 자리에 남는 것은 슬픔이 아니라, “살아 있었다”는 흔적임을 말한다. 계절이 바뀌어도 남는 감정, 그것이 유이하의 문학이 품은 위로다. 그리고 그 위로는, 우리가 다시 내일을 살아가게 만드는 조용한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