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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망해 버렸으면 좋겠어 세탁소 소원의 대가 판타지의 미학

by 달빛서재03 2025.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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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숙 작가의 『네가 망해 버렸으면 좋겠어』는 귀엽고 오싹한 주술 판타지로, 평범한 세탁소 아르바이트생 장선이 버려진 운동화를 신으면서 시작되는 기묘한 사건을 그린다. 세상에서 가장 사소한 선택 하나가 얼마나 큰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보여주며, 욕망, 죄책감, 그리고 인간의 어두운 마음을 탁월한 문체로 풀어낸 작품이다.

세탁소 아르바이트에서 시작된 이상한 사건

이야기의 주인공 장선은 운동화 전문 세탁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고객의 운동화를 수거하고 배달하는 일을 맡고 있다. 어느 날, 한 고객이 세탁 상태가 불만족스럽다며 환불과 변상을 요구하고, 사장은 이를 받아들이며 운동화를 폐기한다. 겉보기엔 멀쩡한 운동화였고, 마침 장선의 발에 딱 맞았다. 장선은 그 운동화를 신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운동화를 신고 태후 곁에만 가면 발바닥이 미칠 듯 가렵다. 처음엔 단순한 알레르기라 생각했지만, 점점 그 감각은 목소리로 바뀌어 들려온다. “가렵지? 가려워 미치겠지? 어쩌겠어. 네가 마음속으로 간절히 원했기 때문에 너에게로 간 건데. 제안을 받아들여. 하지만 시작되면 멈출 수 없단다.” 그 순간부터 장선의 일상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단순한 운동화가 아닌, 누군가의 욕망과 저주가 깃든 물건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부터다.

소원과 대가, 주술의 본질

박현숙 작가는 이 작품에서 ‘소원’과 ‘대가’라는 주제를 판타지적 설정 속에 녹여낸다. 장선이 느끼는 기묘한 가려움은 단순한 신체적 증상이 아니라, 그의 내면 깊은 욕망이 물리적 감각으로 표현된 결과이다. 그는 늘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했다고 느끼고, 특히 태후에게 복잡한 감정을 품고 있었다. “나도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는 부러움은 어느새 “네가 망해 버렸으면 좋겠어”라는 어두운 속삭임으로 변한다. 주술은 바로 그 순간 작동한다. 작가는 독자에게 묻는다. ‘우리는 과연 진심으로 남의 불행을 바라지 않는가?’ 소설 속 주술은 외부의 힘이 아니라 인간 스스로 만들어낸 욕망의 그림자다. 운동화는 그 욕망을 증폭시키는 매개체이며, 장선은 결국 자신의 마음이 만들어낸 ‘가려움’을 이겨내야만 한다.

귀엽고 사랑스러운데 오싹한 판타지의 미학

『네가 망해 버렸으면 좋겠어』의 가장 큰 매력은 박현숙 작가 특유의 톤에 있다. 그녀는 청소년의 일상적 배경  세탁소, 운동화, 아르바이트를 중심에 두되, 그 속에서 인간의 본능적 감정을 드러낸다. 작품은 결코 어둡게만 흘러가지 않는다. 장선은 두려움 속에서도 자기 내면을 마주하고, 잘못된 선택을 되돌리려 노력한다. 결국 그는 ‘가려움’을 멈추는 방법을 찾는다. 그것은 주술을 깨는 주문이 아니라, 진심 어린 사과와 용서의 마음이었다. 작가는 “조금 이상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인간의 결함이야말로 성장의 출발점임을 보여준다. 이 오싹하면서도 따뜻한 판타지는, 현실의 청소년들에게 감정의 진실성과 용기를 일깨워주는 성장 서사로 완성된다.

『네가 망해 버렸으면 좋겠어』는 단순한 판타지 소설이 아니다. 박현숙 작가는 “누구나 한 번쯤 품어봤을지도 모르는 질투와 어두운 바람”을 서늘하면서도 따뜻하게 그려낸다. 주술이라는 장치를 통해 인간의 내면을 탐색한 이 작품은, “진짜 무서운 건 귀신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라는 오래된 진실을 다시 일깨운다. 운동화 한 켤레에 깃든 주술은 결국 우리 자신이 만든 마음의 그림자이며, 그것을 마주하는 순간, 비로소 인간은 성장한다. 귀엽고 오싹하지만 동시에 감동적인 이 작품은 2025년 최고의 청소년 미스터리로 손꼽히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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