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보울러 작가의 『리버보이』는 청소년이 이별이라는 삶의 절대적 감정과 마주하면서 감정의 정체를 이해하고, 성장을 이뤄내는 서정적 판타지 성장소설이다. 자연, 특히 ‘강’이라는 공간을 감정의 흐름으로 삼고, 죽음을 앞둔 가족, 환상 속 소년 ‘리버보이’와의 교류를 통해 주인공 ‘제스’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간다. 이 작품은 단순한 감정 묘사를 넘어, 감정을 살아내는 서사, 그리고 감정은 배워야 하는 것임을 보여주는 깊이 있는 청소년문학이다.
감정을 말하지 않아도 이해하게 되는 순간들
주인공 제스는 수영을 좋아하고 강에서 수영하며 스스로의 존재를 느끼는 소녀다. 그녀는 아버지처럼 아끼는 외할아버지의 건강이 악화되자 가족과 함께 그의 고향이자 강이 흐르는 집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제스는 아무도 없는 강가에서 수영을 하는 수상한 소년 ‘리버보이’를 만나게 된다. 이 만남은 현실인지 환상인지 모호하지만, 리버보이와 함께하면서 제스는 점점 강과 감정, 삶과 죽음의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 팀 보울러는 제스의 내면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직설적인 대사보다 풍경, 움직임, 침묵을 택한다. 감정은 소리치지 않고, 오히려 강물처럼 잔잔히 흘러 독자에게 스며든다. 죽음을 앞둔 외할아버지에 대한 슬픔과 두려움, 그리고 리버보이에 대한 궁금증과 연민은 제스가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전달된다. 이처럼 『리버보이』는 감정이란 반드시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되는 것임을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감정을 느끼는 것, 그것을 부정하지 않는 것, 그리고 그것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다. 제스는 이 과정을 통해 점점 감정의 ‘형태’를 이해하고, 그것을 감당하는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강이라는 공간, 감정의 흐름을 닮은 상징
『리버보이』의 핵심 배경은 끊임없이 흐르는 강이다. 이 강은 단지 자연 풍경이 아니라, 삶의 흐름, 감정의 유동성, 그리고 이별이라는 통과의례를 상징하는 서사적 장치다. 팀 보울러는 강을 정지하지 않는 존재로 묘사하며, 제스가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흘려보내는 법을 배우는 공간으로 설정한다. 작품에서 강은 제스에게 두 가지 얼굴을 한다. 하나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긴 ‘놀이터’로서의 강이고, 다른 하나는 리버보이와 대면하는 감정의 거울이자 두려움의 공간이다. 제스는 그 물속에서 자신의 분노, 혼란, 슬픔을 수영으로, 침묵으로, 시선으로 풀어내며 내면의 흐름을 조율해 간다. 특히 리버보이와 함께 강을 거슬러 올라가려는 도전은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과 평행을 이룬다. 리버보이는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 제스 안에 있던 감정의 인격화된 존재이며, 결국 제스가 이별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 중요한 안내자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팀 보울러는 감정을 단지 주어진 것이 아니라, 배우고 소화하고 떠나보내는 과정이 필요한 것임을 강조한다.
감정이 성장을 이끌 때, 비로소 어른이 된다
『리버보이』는 외적인 사건보다는 내면의 감정 변화를 따라가는 작품이다. 제스는 처음엔 외할아버지의 죽음을 거부하고, 리버보이의 존재에 혼란스러워하며, 강에서 도망치려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녀는 외할아버지가 정말 떠날 것임을, 그리고 리버보이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 수용의 순간은 비극이 아니라 감정의 성숙이 이루어지는 찬란한 계기다.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느끼고 흘려보냄으로써, 제스는 진짜 어른이 되어간다. 팀 보울러는 이러한 감정의 변화 과정을 문학적으로 탁월하게 그려내며, 독자 또한 자신의 감정에 귀 기울이도록 만든다. 감정은 문제도 아니고 정답도 없다. 다만 그것을 느끼고 있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바로 『리버보이』가 전하고자 하는 감정 성장 서사의 핵심이다. 그리고 그 감정은 강처럼 매일 다르고, 흐르고, 언젠가는 흘러간다. 팀 보울러의 『리버보이』는 감정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며, 그것을 통해 이별을 수용하고 자아를 성장시키는 문학적 여정이다. 제스는 강이라는 공간에서 리버보이와 만나고, 외할아버지를 떠나보내며, 말로 설명되지 않는 감정을 온몸으로 통과한다. 이 작품은 우리 모두에게 묻는다. “당신은 감정을 배운 적이 있나요” 그리고 조용히 대답해 준다. “감정은 배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