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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키 책 일상과 기억 생명의 온기 연결과 회복

by 달빛서재03 2025.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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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키의 책 표지

전수경 작가의 『무스키』는 감정의 결을 세밀하게 포착한 독립출판계의 주목할 작품입니다. 도시와 시골, 인간과 동물, 기억과 현실의 경계를 유영하는 이 소설은 '정서적 풍경'을 문장으로 그리는 데 탁월한 힘을 보여줍니다. 이 글에서는 『무스키』의 서사 구조와 감정선의 흐름, 그리고 작가가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깊이 있게 해설합니다.

서사 구조: 일상과 기억이 교차하는 두 겹의 이야기

『무스키』는 뚜렷한 사건 전개보다는 주인공 ‘나’의 내면과 주변 환경이 만들어내는 감정의 지형을 따라가는 정적 서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야기는 서울에 살던 주인공이 강원도의 외딴집으로 거처를 옮기며 시작됩니다. 그곳에서 ‘무스키’라는 고양이와 마주하며 생기는 작은 변화들이 중심을 이룹니다. 처음엔 이사가 단순한 공간 이동처럼 보이지만, 독자는 점차 그것이 주인공 내면의 ‘회피’ 혹은 ‘도피’와 관련되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전수경 작가는 이야기를 현재와 과거, 주인공의 시선과 타인의 언행이 교차되도록 구성하면서, 인물의 정체성과 감정을 서서히 드러냅니다. 특히 고양이 ‘무스키’의 등장은 이 작품의 전개에 핵심적인 전환점을 제공하며, 고양이를 통해 주인공은 타인과의 단절을 잠시 멈추고, 자기 자신과의 대면을 시작하게 됩니다. 결국 이 소설은 큰 사건이 없이도 정서적으로 고조되는 ‘감정의 서사’로 완성되며, 독자는 페이지를 넘길수록 스스로의 고요한 내면과도 마주하게 됩니다.

감정선: 존재의 불안과 생명의 온기

『무스키』의 감정선은 매우 절제되어 있습니다. 전수경 작가는 극적인 표현 없이도 미세한 감정의 떨림을 포착해내며, 주인공의 불안, 고독, 회피, 그리고 회복의 단계를 섬세하게 연결합니다. 처음 주인공은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인물로 묘사됩니다. 혼자 집을 고치고, 식사를 해결하고, 외부의 인간관계와는 단절된 생활을 이어갑니다. 그러던 중 길고양이였던 ‘무스키’가 집에 들어오면서 서서히 변화가 시작됩니다. 고양이와 주인공의 관계는 인간관계의 은유로 작용하며, ‘거절하지 않고 다가오는 존재’가 주인공에게 어떤 감정적 전환을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줍니다. 고양이는 말을 하지 않지만, 그 존재 자체가 말 이상의 위로가 되고, 그 침묵 속에서 주인공은 스스로를 돌이켜보게 됩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작가가 이 관계를 강요된 치유가 아니라 자연스럽고 느린 감정의 이동으로 그린다는 점입니다. 이는 많은 독자들이 이 소설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무스키’는 단지 동물이 아니라, 작가가 설정한 감정적 매개체이며, 독자가 감정을 투영할 수 있는 상징이기도 합니다.

메시지: 침묵 속에서 피어나는 연결과 회복

『무스키』는 겉으로 보면 단순한 ‘고양이와의 동거기’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는 복합적이고 깊은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가장 중심에 있는 메시지는 바로존재와 존재 사이의 조용한 연결’입니다. 현대인의 삶은 관계로부터 지치고, 때로는 관계를 끊는 방식으로 자신을 지키려 합니다. 『무스키』의 주인공도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존재만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특히 전수경 작가는 돌봄과 치유의 방향성을 바꿔놓습니다. 사람은 누군가를 돌보는 행위 속에서 돌봄을 받기도 한다는 역설. 고양이를 돌보는 주인공은 사실 자신을 돌보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이 작품은 회복의 조건이 크거나 극적일 필요는 없으며, 오히려 작고 반복되는 일상에서 감정의 복원이 일어난다는 점을 강하게 강조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이 더는 고양이의 존재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지켜야 할 것’으로 여기는 순간은 이 소설 전체를 통틀어 가장 조용하면서도 감동적인 순간입니다. 그것은 곧 을 다시 받아들이는 의지의 표현입니다.『무스키』는 거창한 줄거리 없이도 인간 감정의 본질을 조명하는 작품입니다. 전수경 작가는 무심한 문장과 정적인 서사 속에 아주 깊은 감정적 울림을 담아내며, 독자들에게 ‘조용한 위로’라는 문학의 본래 기능을 다시금 일깨워줍니다. 무스키는 단순한 고양이가 아니라, 우리가 외면하고 있던 감정, 그리고 다시 세상과 연결될 수 있는 다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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