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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 책 설정과 상징성 느끼는 순간 회복의 메시지

by 달빛서재03 2025.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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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의 책 표지

조은오 작가의 『버블』은 감정이 금지된 사회에서 살아가는 인물의 변화를 통해, 감정의 회복이 곧 인간다움의 복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SF 성장소설이다. ‘버블’이라는 닫힌 공간 속에서 반복되는 일상과 통제된 감정 속에서 살아가던 주인공이, 그 외부에 대한 의심을 시작하면서 감정의 의미와 삶의 본질을 되묻게 된다. 이 글에서는 『버블』의 세계관과 서사 구조를 분석하고, 이 작품이 어떻게 독자에게 ‘감정을 회복한다는 것’의 의미를 문학적으로 전달하는지를 깊이 있게 살펴본다.

‘버블’이라는 폐쇄 세계의 설정과 상징성

『버블』은 말 그대로 '거품'이라는 공간 설정에서 출발한다. 이 공간은 외부 세계와 단절된 닫힌 시스템이며, 내부의 주민들은 정해진 규칙과 감정 코드에 따라 살아간다. 감정은 불필요하고 위험한 것으로 분류되며, 각종 정서적 반응은 데이터로 수집되고 조절된다. 이 세계에서 사람들은 ‘안정성’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조은오 작가는 이 ‘버블’을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사회적 통제와 감정 억압의 은유로 활용한다.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곧 통제를 벗어나는 행위이며, 따라서 위험 요소로 간주된다. 이 설정은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감정을 배제한 삶은 과연 더 효율적인가, 아니면 비인간적인가.

버블 안의 사람들은 서로 감정을 공유하지 않는다. 웃음도, 눈물도, 분노도 없는 사회. 그러나 주인공은 어느 날 자신 안에서 설명되지 않는 감정의 잔재를 느끼기 시작한다. 이 작은 균열은 세계관 전체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며, 독자는 이 설정 속에서 주인공과 함께 세계를 낯설게 바라보게 된다.‘버블’은 공간이자 상태다. 단절된 사회, 단절된 마음, 단절된 감각을 의미한다. 조은 오는 이러한 공간을 통해 현대인의 감정 단절 현상을 은유하고 있으며, 독자는 이 가상의 사회를 통해 현재의 현실을 거울처럼 들여다보게 된다. 감정

회복 서사의 전개: ‘느끼는 순간’의 서사적 전환

『버블』의 주인공은 처음에는 자신이 속한 사회에 순응하는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고, 의심보다는 규칙을 따르며 살아간다. 그러나 이야기 중반, 그는 정해진 감정 알고리즘에서 벗어난 감정 반응을 경험하게 되고, 이 사건이 서사 전체의 전환점이 된다. 감정 회복은 이 소설의 핵심 서사다. 단번에 감정을 회복하거나 해방하지 않는다. 오히려 작가는 그 감정을 느끼는 과정에서의 혼란, 두려움, 부정, 회피, 수용이라는 복잡한 심리 단계를 치밀하게 그려낸다. 주인공은 처음에는 자신의 감정을 의심하고, 감정이 생긴 원인을 분석하려 한다. 그러나 감정은 이성적으로 분석되거나 통제되지 않는다. 그는 점점 감정을 외부로 표현하게 되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도 미세한 교류를 시작한다. 이때부터 '버블'이라는 시스템 자체가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한다. 조은오 작가는 감정을 단순한 회복이 아니라, 위험과 혼란을 감수하면서도 받아들이는 용기로 표현한다. 감정은 이 세계관에서 가장 금기시된 기능이자, 동시에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유일한 요소다. 주인공의 감정이 깊어질수록 그는 더 많은 진실을 직면하고, 더 많은 상실을 경험하게 된다. 이 서사 구조는 감정이 단지 위안이 아니라, 삶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게 해주는 힘임을 보여준다.

감정 서사를 통한 존재 회복의 메시지

『버블』은 감정을 중심으로 한 성장소설이자, 존재 회복의 문학적 비유를 담은 작품이다. 주인공은 자신의 감정을 깨달으며, 자신이 누구인지 다시 묻기 시작한다. 이 질문은 단순한 자아 탐색이 아니라, 시스템에 의해 정의된 정체성을 넘어 진짜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조은 오는 ‘감정’을 인간의 본질로 규정하며, 그것이 박탈된 사회의 비인간성을 꼬집는다. 이 작품에서 감정은 인간다움의 본질이자, 타인과의 관계를 연결하는 유일한 매개이다. 주인공은 감정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마침내 연대를 이룬다. 이러한 감정 회복은 곧 공동체의 회복과 연결된다. 소설의 결말은 비극적이거나 환상적이지 않다. 오히려 매우 현실적이다. 감정을 되찾았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제 주인공은 감정을 알고 있고, 더는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 변화는 외부 세계를 바꾸지는 못하지만, 그의 내면을 완전히 전환시킨다. 이 작품은 감정을 중심으로 인간 존재를 다시 정의하는 서사를 통해, 독자들에게 묻는다. ‘진짜 나’는 시스템이 정한 규범 안에 있는가, 아니면 감정이라는 이름의 균열 안에 있는가. 『버블』은 이 질문에 정답을 주지 않는다. 다만 감정을 회복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그것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아름다운 일인지 문학적으로 보여줄 뿐이다.『버블』은 단순한 SF소설이 아니다. 감정이 통제된 사회에서 감정을 회복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색하는 감정 성장 서사이자 철학적 문제제기를 담은 작품이다. 조은오 작가는 치밀한 세계관과 서사 구조를 통해, 감정이란 무엇이며, 인간은 무엇으로 구성되는지를 조용하고도 강렬하게 묻는다. 이 책은 감정이라는 작은 균열에서 출발하여, 인간 존재 전체를 새롭게 구성하는 과정을 따라가게 하는 깊이 있는 독서 경험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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