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하영 작가의 『버텨온 시간은 전부 내 힘이었다』는 무너질 듯한 날들을 견디며 살아온 이들의 마음을 다독이는 진심의 에세이다.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티며 살아가는 이들의 마음에 조용히 말을 거는 이 책은, 거창한 응원이나 화려한 문장이 아닌, 담담하고 솔직한 기록을 통해 독자와 공명한다. 특히 퇴근 후 지친 하루를 마무리하며 누군가에게 말할 수 없던 감정을 붙들고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은 하루를 조용히 정리해 주는 ‘감정의 쉼표’가 된다. 감정일기처럼 구성된 문장들, 구체적이지 않지만 명확한 감정 묘사, 그리고 회복이라는 키워드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독자는 작가의 언어 속에서 자기 자신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감정일기처럼 읽히는 하루의 기록
『버텨온 시간은 전부 내 힘이었다』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매일매일의 감정을 일기처럼 기록한 듯한 구성이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감정, 말로 설명하기 어려웠던 불편함, 아주 작은 서운함이나 혼자서 느낀 기쁨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을 읽는다는 느낌보다는, 누군가의 진짜 마음을 들여다보는 느낌이 든다. 특히 감정이 소음처럼 가라앉는 밤 시간에 이 책을 펼치면, 하루 동안 지나쳐왔던 마음속 감정들이 천천히 얼굴을 드러낸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무력감과 피로가 동시에 몰려올 때, 이 책의 문장은 위로가 아니라 ‘허락’의 말들로 다가온다. “오늘 하루를 끝낸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기억나지 않는다고 해서 무의미했던 것이 아니다”, “눈물이 난다는 건 그만큼 참았다는 뜻이다” 같은 문장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독자의 마음을 ‘이해받는 감정’ 속으로 이끈다. 누군가의 시선에서 벗어나 진짜 나에게 돌아오는 시간, 바로 그 순간에 이 책은 가장 강하게 말을 건다. 작가는 어떤 조언도 하지 않는다. 다만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받아들이는 법, 감정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법, 그리고 그 감정 속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자신의 언어로 조용히 공유할 뿐이다.
문장 하나하나가 건네는 조용한 위로
신하영 작가의 글은 길지 않다. 오히려 짧고 단정하다. 그러나 그 안에는 오랜 시간 묵혀진 감정이 농축되어 있다. 이 책은 불필요한 수식 없이 감정의 본질을 정확히 포착한다. “나는 오늘도 무너졌지만, 무너진 채로 하루를 끝냈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 살아야 한다”는 문장들은 독자에게 ‘그대로의 감정도 충분하다’고 말한다. 그 말은 쉬운 듯 보이지만, 사실 우리가 가장 듣기 어려운 말이기도 하다. 우리는 늘 괜찮은 척, 강한 척 살아가야 했고, 그래서 진짜 마음을 표현하는 법을 잊어버리곤 한다. 이 책은 그러한 현실 속에서 무뎌진 감정을 깨운다. 작가의 문장은 격려가 아니라 인정이다. 나약한 나를 그대로 인정하는 문장들이며, 무기력함에 빠진 자신을 부정하지 않고 안아주는 태도이다. 독자들은 그런 문장들 속에서 안도감을 느끼고, 자신에게도 똑같은 말을 속삭이게 된다. 특히 감정이 격해지는 밤시간, 모든 것을 혼자 견뎌야 하는 순간에 이 책은 고요한 위로의 목소리로 함께 한다. 그리고 아무도 보지 않아도 괜찮다고, 울어도 괜찮다고, 그저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한다.
회복으로 향하는 내면의 흐름
이 책의 문장들은 과거의 상처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과거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 상처를 통해 내가 얼마나 단단해졌는지를 함께 보여준다. 작가는 회복을 ‘변화’로 설명하지 않는다. 회복은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나를 대하는 연습이라고 말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회복’이 특정한 목표나 결과가 아님을 알게 된다. 회복은 아주 사소한 인식 변화, 감정에 대한 새로운 시선, 자신에 대한 조금 너그러워진 태도에서 시작된다. 누구도 알아채지 못하는 작은 변화이지만, 그것이 결국 나를 살게 하고, 나를 다시 걸어가게 한다. 특히 작가는 퇴근 후 무너지는 감정을 비정상적인 것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 감정이야말로, 하루를 살아낸 증거이자 회복이 시작되는 첫걸음이라고 말한다. 감정은 숨겨야 할 것이 아니라, 곁에 두고 함께 걸어야 할 대상이다. 그래서 『버텨온 시간은 전부 내 힘이었다』는 감정을 털어내라고 하지 않는다. 그 감정을 끌어안은 채 조금씩 걸어 나가자고 말할 뿐이다. 그리고 그 말을 독자 스스로가 반복하며 진짜 회복의 문 앞에 서게 한다.『버텨온 시간은 전부 내 힘이었다』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자기 위로의 언어로 가득한 책이다. 퇴근 후, 하루의 끝에서 조용히 펼쳐보는 이 책은 나를 이해하는 첫 번째 친구가 되어준다. 무력감 속에서도 살아낸 자신을 다독이고 싶은 사람, 감정을 설명하지 못해 답답한 이들에게 이 책은 ‘내 편’이 되어준다. ‘잘 버텨왔다’는 말 한마디의 힘이 얼마나 큰지, 그리고 그 말이 결국 회복을 이끄는 문장이라는 걸 이 책은 증명해 낸다. 감정의 모양이 너무 복잡해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을 때, 이 책은 나 대신 말해주고, 나와 함께 조용히 앉아주는 존재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