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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피아 책 예측 가능한 사회 습관이 된다 인간성 회복

by 달빛서재03 2025.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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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피아의 책 표지

김경은 작가의 『빅토피아』는 데이터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한 SF소설이지만, 단순한 미래 예측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 소설은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의 현실과 정서적 연속선상에 있으며, 기술과 인간 사이의 균형을 성찰하는 작품이다. 감정과 관계가 효율성의 이름으로 재편되는 시대에 『빅토피아』는 기술의 편리함 속에 잠식된 감시의 본질, 데이터에 종속된 삶의 공허함, 그리고 인간성 회복의 가능성을 문학적으로 그려낸다. 본문에서는 이 소설이 전하는 핵심 메시지를 데이터화된 세계, 감시의 일상화, 인간다움의 회복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분석한다.

1. 데이터화된 세계: 예측 가능한 사회는 정말 안전한가

『빅토피아』의 세계는 모든 정보가 데이터화되는 사회로 그려진다. 사람들의 건강 상태, 소비 패턴, 연애 성향, 직장 내 평가까지 모두 수치로 환산되어 시스템에 의해 분석된다. 인간의 결정은 점점 알고리즘에 의존하게 되며, '데이터가 말하는 최적의 선택'이 일상의 기준이 된다. 그 속에서 사람들은 의심하지 않는다. 데이터는 정확하고 공정하며, 무엇보다 효율적이라는 믿음이 있다. 그러나 작가는 그 믿음 이면에 감춰진 불안을 조용히 드러낸다. 알고리즘이 제시하는 길을 따르면서도, 사람들은 점점 무력해지고, 삶의 주도권을 잃는다. 스스로 선택하는 순간이 사라지고, 모든 선택은 시스템에 의해 '보장된 방향'으로 유도된다. 작중 등장인물은 음식 하나를 고를 때조차 자신이 원하는 감각이 아니라, 건강 점수와 영양 비율에 따라 선택을 조정받는다. 연애 상대 역시 통계적 궁합을 기준으로 결정되며, 감정은 계산된 친밀도로 평가된다. 이 세계는 혼란이 없다. 대신 변수도 없다. 선택의 자유를 잃은 대가는 예측 가능한 안정이 아니라 감정의 저하, 창의성의 퇴색, 삶의 무게감이다. 작가는 이 구조 속에서 사람이 점점 기계처럼 변해가는 과정을 세밀하게 묘사하며, 데이터 중심 사회의 인간성을 질문한다.

2. 감시는 제도가 아니라 습관이 된다

『빅토피아』에서 감시는 더 이상 통제적 권력의 도구가 아니다. 오히려 사람들은 스스로 감시당하기를 원하고, 감시를 통해 자신이 통제되고 있다는 안도감을 느낀다. 냉장고는 체온과 심박수를 기록하고, 시계는 감정 기복을 측정하며, 침대마저 수면의 질을 수치화한다. 처음에는 편리함 때문이었다. 그러나 어느새 그것은 습관이 되고, 마침내 일상이 된다. 감시는 외부로부터의 강요가 아니라, 내부로부터의 자발성으로 침투하며, 사람들은 점점 스스로를 감시하는 존재로 변한다. 작가는 이러한 상황을 통해 현대 사회의 스마트 기술 환경을 연상시키며, 기술 발전과 감시 체계의 경계가 얼마나 모호해지고 있는지를 조명한다. 누군가가 지켜본다는 사실이 불쾌함보다 안심으로 다가올 때, 감시는 이미 권력이 아니라 문화가 된다. 그 결과, 인간관계는 더욱 얇아진다. 감시가 일상화되면서 사람들은 진짜 얼굴이 아닌 '보여줘야 할 얼굴'을 착용하게 되고, 사적 공간마저 공공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신뢰는 데이터로 대체되고, 말보다 기록이 우선시되는 사회에서 인간다운 교감은 점점 사라진다.

3. 인간성 회복은 기술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빅토피아』는 기술문명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담고 있지만, 그 시선은 단순히 반기술적이지 않다. 오히려 작가는 기술의 불가피함을 인정하며, 인간이 그 안에서 어떤 태도로 존재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작중 주인공은 점점 기술의 틈새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처음에는 두려움이 크다. 데이터 없이 판단하는 것이 어렵고, 감정에 의존하는 것이 위험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감시가 없는 곳, 예측이 불가능한 공간에서 그는 처음으로 사람의 숨결과 체온, 감정의 진폭을 경험한다. 그 경험은 인간다움의 본질이 효율성과 속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느림과 불확실성, 실패와 모호함에 있음을 깨닫게 한다. 이 소설은 기술과 인간이 대립하는 관계가 아니라, 기술 속에서도 인간으로 살아가는 길을 찾으려는 서사다. 완전함을 목표로 삼는 사회 속에서 불완전함을 포용하고, 예측 가능한 미래 속에서도 돌발적인 감정을 수용할 수 있는 존재가 인간임을 강조한다. 따라서 인간성 회복은 기술을 거부하거나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 속에서도 자기 자신을 잃지 않으려는 의지에서 시작된다. 김경은 작가는 그것이 인간이 미래에도 인간으로 남을 수 있는 유일한 조건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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