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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이 책 혼자인 아이 말하지 못한 감정들 아이의 성장

by 달빛서재03 2025.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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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이의 책 표지

박영란 작가의 『서울아이』는 도시 서울을 배경으로 자라난 한 청소년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낸 감정 중심 성장소설이다. 급변하는 도시 풍경 속에서 아이가 경험하는 소외감, 가족과의 단절, 그리고 자기 이해의 과정을 깊이 있게 담아내며, 청소년 독자들에게 강한 공감과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 작품은 단순한 도시 이야기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현대 청소년의 고립감과 감정의 흐름을 정직하게 기록한 문학적 증언이다.

복잡한 도시 속, 혼자인 아이

『서울아이』의 배경은 서울의 한 오래된 아파트 단지다. 주인공 ‘다인’은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지만, 가족이라는 말이 주는 따뜻함을 거의 느끼지 못한 채 살아간다. 부모는 바쁘고 예민하며, 학교 친구들과의 관계도 피상적이다.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는 빽빽한 건물과 인파로 가득하지만, 그 안에서 다인은 점점 더 내면의 고립감에 빠져든다. 박영란 작가는 이러한 ‘보이지 않는 고립’을 도시적 현실과 교묘히 엮어낸다. 예컨대, 다인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복잡한 지하철역의 구석진 출구 계단이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공간이지만, 그곳에서 다인은 자신이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도시의 틈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려는 10대의 감정이, 작가의 섬세한 묘사를 통해 현실감 있게 전달된다. 이 작품은 청소년 독자가 “나도 이런 감정 느낀 적 있다”라고 말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서울처럼 화려하고 빠른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은, 누군가의 관심과 따뜻한 대화가 없이도 겉으로는 멀쩡하게 지내는 법을 일찍 배운다. 『서울아이』는 바로 그런 아이들의 이야기를 꺼내어 조용히 안아주는 작품이다.

말하지 못한 감정들, 가족 안에서 고이는 것들

가족은 다인에게 가장 가까운 타인이자, 가장 어려운 관계다. 아버지는 늘 일에 지쳐 있고, 어머니는 다인의 성적과 태도에만 관심을 둔다. “학교는 잘 다니고 있니”라는 말은 있지만, “요즘 마음은 어때”라는 질문은 없다. 이 작품은 그러한 정서적 단절의 현실을 차분하지만 강하게 보여준다. 다인은 일기를 쓰며 감정을 정리하지만, 그 일기조차 언젠가 어머니가 몰래 볼까 두려워 ‘안전한 거짓말’을 적기도 한다. 작가는 감정 표현조차 검열당하는 청소년의 현실을 통해 감정의 사유 공간이 사라진 현대의 가족 풍경을 그린다. 특히 인상 깊은 장면은, 다인이 어릴 적 함께 보냈던 외할머니 집에 다시 혼자 방문하는 장면이다. 시골 마을의 느린 공기와 조용한 방 안에서 다인은 처음으로 자신이 진짜로 외롭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그 고백 이후, 다인은 일기에 이렇게 적는다. “나를 이해하는 사람은 없어도, 나만큼은 내 마음을 속이지 말자.” 이 문장은 『서울아이』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 정서이자, 독자에게 남기는 진심이다.

도시 아이의 성장, 정답 없는 감정의 여정

『서울아이』는 청소년기의 감정이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반복해서 상기시킨다. 기쁨과 슬픔, 외로움과 안정감, 기대와 실망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지는 다인의 일상은, 한 줄로 정의되지 않는다. 박영란 작가는 감정을 정리하고 설명하려 하지 않고, 감정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방식으로 작품을 전개한다. 다인은 주변의 시선에 휘둘리면서도, 점차 자신이 어떤 감정을 자주 느끼고, 어떤 상황에서 가장 상처받는지를 알아가기 시작한다. 이는 특별한 계기 없이, 일상 속에서 서서히 이루어지는 감정 인식의 과정이며, 작가는 이를 매우 현실적으로 묘사한다. 감정은 ‘표현’ 이전에 ‘인식’되어야 하며, 그것이 진짜 성장을 만든다는 것을 독자에게 말하고 있다. 또한 이 작품은 청소년이 겪는 정체성 혼란과 존재감 부족을 단순한 사춘기로 치부하지 않는다. 오히려 감정의 미세한 결들을 하나하나 따라가며, 그것이 현재를 살아가는 청소년에게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는지 보여준다. 다인의 감정기록은 그래서 단순한 독백이 아니라, 자기 이해의 시작이다.『서울아이』는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 속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한 아이의 감정기록이자 성장기록이다. 겉으로는 문제없어 보이지만, 내면에는 수많은 감정이 고여 있는 아이. 그 아이가 스스로의 감정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며, 조금씩 말해보려는 순간까지를 담담하게 따라간 이 소설은, 현대 청소년이 가장 필요로 하는 문학적 위로를 전한다. 감정을 말하는 것이 어려운 이 시대에, 이 책은 조용히 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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