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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감빵에 가다 책 감정의 결핍 공간의 재해석 위기청소년

by 달빛서재03 2025.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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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구실 작가의 『소녀, 감방에 가다』는 단순한 감성 에세이가 아닙니다. 청소년 범죄, 교정제도, 사회적 낙인이라는 현실적 주제를 ‘소녀의 시선’으로 풀어낸 이 책은 위기청소년을 마주하는 이들에게 감정의 온도와 시선의 방향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해당 작품이 위기청소년의 내면을 어떻게 문학적으로 드러내는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감정의 결핍이 만든 선택: 소녀는 왜 그곳에 갔는가

『소녀, 감방에 가다』는 제목부터 독자의 가슴을 묵직하게 짓누릅니다. 감옥이라는 공간과 소녀라는 존재의 조합은 이질적이면서도, 현대 사회가 외면해 온 한 단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최구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소녀가 범죄자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단순히 ‘법적 문제’가 아닌 ‘감정 결핍의 연속’으로 해석합니다. 작품 속 소녀는 극단적으로 나쁜 아이가 아닙니다. 오히려 보호받지 못했고, 들어주는 이가 없었고, 사회의 외곽에 밀려 있었던 존재입니다. 가정폭력, 학교 부적응, 빈곤, 무관심 등 복합적인 사회 요인이 쌓이고, 그것이 분노와 방황으로 변해 결국 범죄로 이어진 과정을 작가는 서사적으로 천천히, 그러나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작가가 택한 방식은 정형화된 범죄기록이나 통계가 아니라, ‘소녀의 내면 독백’입니다. 이 독백은 감정의 기록이자, 울 수 없던 시간들의 연대기입니다. “나는 잘못한 게 뭔지도 몰랐다. 그냥 나를 아무도 안 불렀다”는 문장은 그 자체로 소녀가 사회에서 어떻게 소외되었는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메시지입니다. 이 책은 단순히 ‘동정’이나 ‘연민’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독자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이 아이의 이야기를 얼마나 듣고 있었는가” 작가는 소녀를 통해 청소년 범죄가 개인의 타락이 아니라, 공동체의 실패일 수 있음을 강하게 환기합니다.

감옥이라는 공간의 재해석: 제도가 품지 못한 감정들

『소녀, 감방에 가다』에서 감옥은 단순한 구금 시설이 아닙니다. 그곳은 사회가 감정적으로 포기한 공간이며, 동시에 소녀들이 유일하게 ‘멈춰서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작가는 감옥을 ‘감정의 정지선’으로 묘사하며, 감정을 되찾는 과정을 세밀하게 그려냅니다. 감옥의 생활은 규칙적이고, 감정이 통제된 환경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소녀들은 그곳에서 처음으로 '자기감정'을 느낍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전에는 늘 누군가에게 쫓기고, 도망쳤으며, 말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감옥은 잠시 멈춤을 강요하며, 아이들에게 처음으로 자신을 되돌아볼 시간을 줍니다. 작품 속 장면 중, 소녀가 한 교도관에게 “여기선 매일 잘 자요”라고 말하는 대목은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이는 단순한 잠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안에서 단 한 번도 '안전한 공간'을 제공받지 못한 소녀의 고백이자, 감옥이 역설적으로 안전지대가 되었음을 상징합니다. 하지만 작가는 그 감옥이 결코 ‘정답’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감옥은 감정을 정지시킬 수는 있지만, 회복시킬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제도’가 아닌 ‘관계’이며, 감옥은 그 빈자리를 드러내는 장치일 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최구실 작가는 제도를 비판하는 동시에, 그 제도 안에 있는 인간들 교도관, 상담사, 동료 수감자 등을 통해 여전히 희망이 존재함을 조심스럽게 보여줍니다. 감옥이라는 극단적인 공간에서조차 인간의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 책의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입니다.

위기청소년을 위한 시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소녀, 감방에 가다』는 단순히 한 소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 아닙니다. 이 책은 독자, 특히 청소년을 마주하는 어른들에게 ‘시선의 방향’을 되묻는 작업입니다. 특히 교사, 상담사, 부모, 지역사회 활동가 등 위기청소년을 대면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하나의 거울이 됩니다. 작가는 반복적으로 ‘듣는 사람’의 부재를 강조합니다. 소녀들이 범죄에 이르기 전까지 누구도 그들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는 점, 그 말이 들리지 않았다는 점은 한국 사회가 청소년을 ‘문제’로만 소비하고 있다는 날카로운 지적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소녀들의 삶에 ‘감정적 언어’가 결핍되었음을 말합니다. 그들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방법도, 단어도, 공간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폭력은 언어가 되고, 분노는 외침이 되었으며, 범죄는 결국 감정의 왜곡된 표현이 되었습니다. 작가는 이를 단호하지만 조심스럽게 설명합니다.『소녀, 감방에 가다』는 독자에게 ‘함부로 판단하지 말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판단하기 전에 들어보라'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듣기의 자세는 단순히 귀를 여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속도를 늦추는 데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작품의 후반부에서 소녀가 “이제는 누가 나를 불러줘도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장면은, 감정적 회복이 결국 ‘관계 속에서의 호명’이라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누군가가 이름을 불러주고, 존재를 인정해 줄 때, 그 아이는 다시 삶을 선택할 수 있게 됩니다.『소녀, 감방에 가다』는 위기청소년이라는 단어에 감정과 온기를 불어넣은 책입니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다시 한번 질문해야 합니다. “우리는 아이들의 마음을 얼마나 알고 있었는가” 이 책은 그 질문을 던질 용기와, 그 질문을 붙잡을 책임을 함께 건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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