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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쉬는 소설 책 숨 쉬는 것부터 말보다 숨결 연대

by 달빛서재03 2025.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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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쉬는 소설의 책 표지

『숨 쉬는 소설』은 최진영 작가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섬세하고 담백한 감정선이 드러나는 소설이다. 이 책은 거창한 사건이나 자극적인 서사가 아닌, 오히려 조용하고 미세한 감정의 떨림으로 독자에게 말을 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들, 이를테면 감정의 잔물결, 관계 속 거리감, 무언의 위로 같은 것들을 문장으로 엮어낸다. 본문에서는 ‘삶’, ‘감정’, ‘연대’라는 세 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 소설이 전하는 본질적인 독서포인트를 분석한다.

삶: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숨 쉬는 것부터

『숨 쉬는 소설』은 삶을 거대하거나 극단적인 방식으로 다루지 않는다. 대신 매우 일상적이고 소소한 장면들을 통해 인물의 내면을 투사한다. 출근길에 마시는 편의점 커피, 이어폰을 꽂은 채 버스를 타는 장면, 혼자 먹는 국밥 한 그릇. 이 모든 것이 삶의 일부로 서사 안에 녹아 있다. 최진영은 이 일상의 나열 속에서 ‘삶이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질문한다. 그 질문은 거창하지 않다. “오늘 하루도 잘 숨 쉬며 살았는가”라는 매우 본질적인 질문으로 축약된다. 우리는 종종 살아가기 위해 애쓰며 숨을 참는다. 사회 속 역할에 맞추려 고군분투하고, 감정을 숨기며 사람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려 한다. 그런데 이 책은 오히려 ‘숨 쉬는 것’ 자체에 주목한다. 호흡이라는 자연스러운 행위를 통해 살아 있다는 감각을 회복하려 한다. 삶은 애써서 거창해지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오늘 하루의 리듬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는 것. 작가는 그렇게 말하고 있다. 독자는 책을 읽으며, ‘생존’이 아닌 ‘생명’을 생각하게 되고, ‘살아남는 것’이 아닌 ‘살아가는 것’의 의미를 되짚게 된다.

감정: 말보다 숨결로 전해지는 진심

『숨 쉬는 소설』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부분 중 하나는 감정의 흐름이다. 이 작품은 감정의 절정을 향해 고조되는 전형적인 구조를 따르지 않는다. 대신 감정은 아주 조용하게, 마치 숨소리처럼 흘러간다. 등장인물은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대화를 통해 상황을 설명하거나 감정을 고백하지 않는다. 하지만 행동과 침묵, 공간의 변화, 문장의 호흡을 통해 감정이 전달된다. 작가는 독자에게 “감정을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당신은 느낄 수 있다”라고 말하는 듯하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한참을 멈춰 벽을 바라보는 장면, 공원을 천천히 걷는 장면, 책장을 넘기다 멈추는 장면. 모두가 감정의 진폭을 묘사하는 방식이다. 특히 인물들의 감정은 무조건적으로 해소되거나 설명되지 않는다. 오히려 모호한 채로 남겨지며 독자에게 질문을 남긴다. “이 감정은 정확히 무엇이었을까”, “나는 이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있었나”라고 스스로에게 되묻게 만드는 것이다.감정은 단순히 ‘기쁨’이나 ‘슬픔’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불안, 무력, 쓸쓸함, 애틋함 등 복합적 감정들이 겹겹이 쌓이며 소설 전반에 흐른다. 그리고 그 감정은 문장과 함께 독자의 가슴에 오래 남는다.

연대: 설명 없이 함께 숨 쉬는 존재들

최진영의 문학에서 빠지지 않는 핵심 키워드는 ‘연대’다. 그러나 이 연대는 시끄럽지 않다. 정치적 선언도, 드라마틱한 구원도 없다. 『숨 쉬는 소설』의 연대는 그저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며, 묵묵히 곁에 있어주는 방식으로 구현된다. 누군가의 옆에 앉아 말없이 숨을 고르는 장면, 전화를 받지 않아도 걱정하는 장면, 침묵 속에서도 마음이 전해지는 순간. 이 모든 것이 이 소설에서 말하는 연대의 형태다. 작가는 ‘도움’이나 ‘위로’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지만, 그 감정은 문장 곳곳에서 느껴진다. 연대란 결국 ‘누군가와 함께 숨 쉬고 있다는 감각’이라는 것을 이 소설은 보여준다. 현대 사회는 개인을 고립시키는 구조로 점점 흘러가고 있다. 관계는 가볍고, 말은 상처를 주며, 연결은 쉽게 끊긴다. 그 안에서 최진영은 조용하지만 단단한 목소리로 말한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우리는 같은 공기를 마시고 있다.”이처럼 연대의 개념을 일상에 녹여낸 점에서 『숨 쉬는 소설』은 독자에게 물리적인 거리보다 감정의 거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그래서 이 책은 독자가 누구든, 어떤 삶을 살고 있든 ‘나도 숨 쉬고 있구나’라는 감각을 다시 되찾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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