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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프팅 책 몰입감의 시작 도피에서의 성찰 서사의 힘

by 달빛서재03 2025.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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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프팅의 책 표지

범유진 작가의 『쉬프팅』은 10대들이 현실에서 겪는 감정의 복잡함과 정체성 혼란을 몰입감 있는 문학적 상상력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 소설은, 단순한 판타지나 도피가 아닌 내면의 성장을 그려내며 청소년의 심리와 문학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자아 탐색의 중심에 선 독자라면 이 책 속 세계에서 공감과 위로를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몰입감의 시작, 쉬프팅이라는 장치

『쉬프팅』의 가장 큰 매력은 몰입감이다. 현실의 고통과 갈등을 피해 또 다른 세계로 ‘쉬프트’하는 주인공의 선택은,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 깊은 심리적 요구를 반영한다. 주인공 ‘하윤’은 학교생활, 가족 문제, 친구 관계 등 일상 속에서 점점 지쳐가고, 그 피로감의 끝에서 자신만의 세계로 이동하는 ‘쉬프팅’을 경험하게 된다. 쉬프팅은 원래 현실 도피적 상상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소설에서는 단순한 도피가 아닌 현실을 견디게 해주는 감정적 완충 장치로 기능한다. 하윤이 몰입하는 그 세계는 그녀의 기억, 소망, 상처가 얽혀 있는 공간이다. 범유진 작가는 이 설정을 통해 10대들이 느끼는 외로움과 단절감을 환상적으로 표현하면서도 그것이 무의식의 결과임을 암시한다. 작품의 몰입감은 구조적으로도 탁월하다. 현실과 상상, 깨어남과 쉬프트가 반복되며 독자는 하윤의 심리에 깊숙이 들어가게 된다. 감정의 고조에 따라 세계가 바뀌는 구성은 청소년 독자들이 자신의 내면 감정에 몰입하게 만드는 강력한 도구로 작용한다. 즉, 쉬프팅은 하나의 설정을 넘어, 감정을 읽고 이해하는 문학적 메커니즘이다.

성장의 조건, 도피에서의 성찰

『쉬프팅』은 처음에는 회피와 도피의 이야기처럼 시작되지만, 점차 주인공 하윤이 그 세계를 통해 자신과 마주하고 성장하는 서사로 전환된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도피 그 자체가 나쁘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도피를 통해 자기를 들여다보는 여정을 그린다. 하윤은 쉬프팅 세계에서 자신이 회피했던 감정들, 외면했던 상처들, 도망치고 싶었던 현실을 비틀린 형태로 마주한다. 그녀는 그 세계 속에서 진짜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자신을 이해해주는 존재와의 대화를 통해 점차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는 힘’을 얻게 된다. 범유진 작가는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현실을 떠나야만 진짜 자신을 마주할 수 있었던 10대의 감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이 책은 성장의 과정이 항상 ‘정면 돌파’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때로는 멀리 돌아서야 자기 본질에 가까워질 수 있고, 잠시 숨을 돌리는 ‘쉬프팅’의 시간이 있어야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하윤이 결국 선택하는 것은 쉬프팅을 통한 도피가 아닌, 현실과의 연결을 복원하는 선택이다. 그 순간, 쉬프팅은 더 이상 탈출구가 아니라 성장의 디딤돌이 된다.

정체성을 찾는 서사의 힘

청소년기 가장 복잡한 감정 중 하나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쉬프팅』은 그 질문을 깊이 있게 탐구하는 성장소설이다. 하윤은 쉬프팅을 통해 이상적인 자신, 다른 사람이 기대하는 자신,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다. 그녀가 만들어낸 쉬프팅 세계는 ‘이상화된 자아’로 가득하지만, 점차 그 틀 안에서조차 스스로를 잃어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서사는 청소년 정체성 형성의 핵심인 자기 수용과 자기 이해로 귀결된다. 범유진 작가는 단순히 ‘진짜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묻는 것이 아니라, ‘나는 왜 그런 사람이고 싶었는가’에 대해 묻는다. 이는 독자가 하윤의 고민을 따라가며 자기 자신의 질문에 도달하도록 돕는 섬세한 문학적 구조이다. 하윤이 최종적으로 쉬프팅을 멈추고, 현실로 돌아가 관계를 회복하며 진짜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는 장면은 이 책의 하이라이트다. 이 선택은 단순한 이야기의 결말이 아니라, 정체성 형성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자기 선택’의 순간이다. 『쉬프팅』은 정체성 혼란을 있는 그대로 그리되, 그 혼란 속에서도 스스로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한다.범유진 작가의 『쉬프팅』은 청소년기의 불안과 고립, 정체성 혼란을 몰입감 있는 문학적 장치로 풀어낸 감성 성장소설이다. 상상의 세계를 통해 현실을 견디는 법을 배우고, 결국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는 하윤의 여정은 지금 이 시대 10대에게 필요한 감정의 안내서가 되어준다. 쉬프팅은 결국 현실에서 나를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며, 그 시간을 통해 우리는 조금씩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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