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슬픔의 틈새 광복의 빛 포기하지 않은 희망 인간다움

by 달빛서재03 2025. 11. 7.
반응형

슬픔의 틈새의 책 표지

이금이 작가의 『슬픔의 틈새』는 광복 80주년을 맞아,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사할린 한인들의 역사를 그려낸 작품이다. 이 책은 “광복은 해방이었지만, 동시에 상실이었다”는 모순된 현실 속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조국에게 버림받고, 고향을 잃고, 이름조차 바뀌며 살아야 했던 사람들의 삶을 통해 작가는 ‘국가란 무엇이며, 인간의 존엄은 어디에서 오는가’를 묻는다. 『슬픔의 틈새』는 단순한 역사소설을 넘어, 기억과 존재, 그리고 인간다움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광복의 빛과 그림자, 잊혀진 사할린의 사람들

1945년 8월 15일, 조국은 해방을 맞이했지만 사할린 한인들에게 그날은 고향을 잃은 날이었다. 그들은 일본 제국의 강제 동원으로 낯선 땅 사할린에 남겨졌고, 광복 이후에도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했다. 조국은 그들을 구하지 않았고, 일본은 그들을 내버려 두었다. 『슬픔의 틈새』는 바로 이 경계의 삶을 살아낸 인물 ‘주단’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간다. 주단은 여러 번 이름을 바꾸며 살아야 했다. 옥아, 아케모토 타마코, 다시 주단, 그리고 올가 송. 그 이름의 변화는 단순한 신분의 전환이 아니라, 존재의 파편화를 상징한다. 그녀의 삶은 국가의 경계, 역사적 비극, 그리고 인간의 존엄이 충돌하는 지점에 서 있다. 이금이 작가는 그런 주단의 이야기를 통해 ‘해방의 진짜 의미’를 되묻는다. 그날의 기쁨 뒤에는 수많은 이들의 상실과 침묵이 있었다.

국가가 외면한 사람들, 그러나 인간이 포기하지 않은 희망

『슬픔의 틈새』는 단순히 한 개인의 비극을 그린 소설이 아니다. 이 작품은 “국가와 사회가 얼마나 자주 개인을 외면해 왔는가”를 묻는다. 주단과 같은 사할린 한인들은 조국에게 버림받았지만, 그 안에서도 여전히 희망을 잃지 않았다. 그들은 언젠가 돌아갈 고향을 꿈꾸며, 자신이 누구였는지를 잊지 않기 위해 삶을 기록했다. 그들의 이야기는 역사책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슬픔의 틈새』는 그들의 기억을 되살리고, 그 틈새 속에서 존엄의 의미를 찾아낸다. 이금이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단호하게 말한다. “이들은 경계의 틈에서 살았지만, 그 틈새야말로 찬란했다.” 이 문장은 단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의 우리에게 던지는 책임의 메시지다. 우리가 잊는 순간, 역사는 다시 같은 슬픔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슬픔의 틈새에서 피어난 인간다움

『슬픔의 틈새』는 ‘슬픔’을 주제로 하지만, 그 속에는 오히려 인간에 대한 믿음이 가득하다. 주단은 끝내 포기하지 않는다. 조국에게 배신당하고, 정체성을 잃고, 이름이 바뀌어도 그녀는 여전히 “살아간다.” 이금이 작가는 그 강인한 생명력을 통해 진정한 인간성을 이야기한다. 그녀의 문장은 담백하지만 깊고, 슬픔 속에서도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작가의 말처럼, “슬픔을 이해하면 사랑을 이해하게 된다.” 『슬픔의 틈새』는 독자에게 아픔을 직면하게 만들고, 그 아픔을 넘어서는 사랑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단순한 역사소설이 아니라, 오늘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기억의 문학, 인간의 서사다. 2025년 광복 80주년을 맞은 지금, 이 소설은 “우리가 무엇을 잊고 살았는가”를 묻는 거울이 된다.

『슬픔의 틈새』는 광복이라는 단어에 감춰진 또 다른 진실을 꺼내어 놓는다. 이금이 작가는 경계에서 살아야 했던 사람들을 통해, 진정한 해방은 단순히 자유를 얻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아픔을 잊지 않는 것”임을 보여준다. 우리가 이 책을 읽는 이유는 과거를 회상하기 위함이 아니라, 현재의 책임을 자각하기 위해서다. 슬픔의 틈새 속에서 피어난 인간의 존엄, 그것이야말로 이 작품이 우리에게 전하는 가장 강렬한 메시지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