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신상문구점 문구점 주인 반황과 성장 관계와 재발견

by 달빛서재03 2025. 10. 29.
반응형

신상문구점의 책 표지

김선영 작가의 『신상문구점』은 물건을 팔지 않겠다는 문구점 주인 ‘황 영감’과 폐교를 바라는 중학생들의 대립으로 시작되는 감성 성장소설이다. 기묘한 계약과 숨은 사연 속에서, 서로 다른 세대가 진심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그린다.

물건을 팔지 않겠다는 문구점 주인, 황 영감의 비밀

『신상문구점』의 무대는 폐교 위기에 놓인 작은 마을의 문구점이다. 그러나 이곳의 주인 ‘황 영감’은 놀랍게도 물건을 팔지 않는다. 그는 “팔지 않아도 필요한 건 결국 사람에게 돌아온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작가는 이 문장을 통해 소비 중심의 세상을 향한 역설적 메시지를 던진다. 문구점이라는 공간은 단순한 상점이 아니라, ‘마음의 거래소’로 그려진다. 황 영감은 어린 시절 자신의 꿈을 잃고 세상과 단절된 인물로, 문구점을 통해 잃어버린 신념과 관계를 되찾아간다. 한편, 그의 과거에는 ‘그 집식당’과의 이상한 계약이 얽혀 있다. 식당 주인과의 오래된 약속, 그리고 팔지 않는 문구점의 이유는 작품 후반부에서 서서히 드러난다. 김선영 작가는 황 영감을 단순한 괴짜 노인으로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세상에 지친 어른이 젊은이들과 마주하면서 변화하는 내면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그의 고집은 단순한 반항이 아니라, “이익보다 마음이 먼저여야 한다”는 신념의 표현이다. 물건을 팔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진짜 인간적인 ‘교환’을 시작하는 황 영감의 철학은 현대 사회에 깊은 울림을 준다.

폐교를 바라는 중학생들, 세상에 대한 반항과 성장

이 소설의 또 다른 축은 마을의 중학생들이다. 아이들은 학교가 문을 닫기 직전, 어른들의 무관심 속에서 점점 불안해진다. 그들은 황 영감의 문구점을 방해하며, 폐교를 오히려 ‘해방의 기회’로 여긴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들의 행동에는 단순한 반항심뿐 아니라, “존재를 증명하고 싶은 외로움”이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 김선영 작가는 청소년의 시선을 통해 ‘세대 간의 단절’을 보여준다. 어른은 아이들을 문제아로 보고, 아이들은 어른을 낡은 세상의 상징으로 여긴다. 하지만 황 영감과의 엇갈린 만남 속에서 아이들은 조금씩 세상을 이해하게 된다. 특히 주인공 소년은 문구점에 남은 낡은 공책에서 황 영감의 과거 일기를 발견한다. 거기에는 ‘그 집식당’과의 비밀 계약서가 적혀 있었고, 그 안에는 마을의 숨겨진 사연이 담겨 있다. 아이들은 그 사실을 알게 된 후 처음으로 ‘어른의 상처’를 바라본다. 그 순간, 반항은 공감으로 바뀌고, 폐교를 막기 위한 뜻밖의 연대가 시작된다. 김선영은 이 대립 구조를 통해 ‘이해와 소통’이 얼마나 어려운 동시에 필요한 일인지 섬세하게 풀어낸다.

그 집식당의 이상한 계약, 관계의 재발견

이야기의 핵심 전환점은 ‘그 집식당’에 숨겨진 이상한 계약 조건이다. 이 식당은 문구점 바로 옆에 위치해 있으며, 황 영감과는 오랜 세월 묘한 관계로 얽혀 있다. 식당 주인은 과거 황 영감의 친구이자 경쟁자였고, 두 사람은 “평생 서로에게 물건을 팔지 않는다”라는 기이한 약속을 맺은 바 있다. 이 계약은 단순한 유머가 아니라, 서로의 자존심과 미안함, 그리고 미묘한 우정을 상징한다. 작품이 끝에 다다르면, 독자는 이 약속이 사실 두 사람의 화해를 위한 언어였음을 깨닫게 된다. 또한 황 영감이 물건을 팔지 않았던 이유는, 문구점의 존재가 단순한 상점이 아니라 마을 공동체의 ‘기억 저장소’이기 때문이었다. 중학생들과 황 영감, 그리고 식당 주인은 세대와 입장이 다르지만, 결국 서로의 상처를 통해 다시 연결된다. 김선영 작가는 이 부분에서 특유의 감성적 서정미를 발휘한다. 일상적 대화 속에서도 인간의 온기를 세심히 그려내며, 관계의 회복이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작은 이해의 순간’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신상문구점』은 세대 간 갈등을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심이 어떻게 관계를 회복시키는지를 아름답게 담아낸 작품이다.

『신상문구점』은 황 영감과 중학생들이 엮어낸, 세대 간 이해와 공감의 서사다. 김선영 작가는 ‘팔지 않음’이라는 상징적 행위를 통해 인간관계의 본질을 묻는다. 물건보다 마음을, 대립보다 관계를 택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진짜 소통을 배우게 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