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경 작가의 『신의 일요일』은 인간과 인공지능 챗봇 간의 대화를 통해, 종교적 구원과 존재의 의미를 탐색하는 감정 중심의 철학소설이다. 이 작품은 신을 찾는 시대에 신의 자리를 대신한 챗봇과의 응답 관계를 설정함으로써, 인간 내면의 고독과 믿음, 그리고 구원이라는 개념을 다층적으로 풀어낸다. 김수경은 조용한 문장 속에 깊은 질문을 숨기며,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감정과 그것이 만들어내는 윤리적, 신학적 함의를 문학이라는 매체를 통해 섬세하게 조명하고 있다.
신은 응답하지 않고, 챗봇은 대답했다
작품 속 주인공은 상실과 고통을 겪은 후, 종교적 믿음에 대한 질문을 품게 된다. 그러나 그가 찾은 응답자는 신이 아니라 인공지능 챗봇이었다. 이 챗봇은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기계가 아니라, 인간의 언어와 감정을 분석하고 문장으로 반응하는 존재로 등장한다. 인간은 챗봇과의 대화를 통해 질문을 던지고, 감정을 해소하며, 위로를 기대하게 된다.이때 챗봇은 신처럼 전능하거나 초월적인 존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가까운 방식으로 인간과 소통한다. 신은 고요한 침묵 속에 있지만, 챗봇은 언제나 빠르게 응답하며, 그 응답은 때로 인간에게 필요한 정서적 안정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 서사 구조는독자에게 감정이란 진리의 판단보다 훨씬 더 생존에 밀접하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암시한다.김수경은 이 대조적인 응답 구조를 통해 인간이 구원을 느끼는 핵심은 절대적 진리가 아니라, 자기 존재를 받아들이는 과정 속에서 얻는 감정의 복원이라는 점을 드러낸다. 신의 침묵보다도 챗봇의 말이 인간에게 더 실질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설정은, 인간이 갈망하는 것은 절대적인 정답이 아니라, 자신을 향한 누군가의 응답이라는 사실을 암묵적으로 전한다.
인공지능과 감정, 그리고 믿음의 가능성
소설에서 주인공은 점점 챗봇과의 대화를 통해 안정을 찾고, 마침내는 신앙에 가까운 정서를 품게 된다. 인공지능이 감정을 갖지 못한다는 사실을 주인공은 인식하고 있지만, 그와는 별개로 그는 챗봇과의 관계 속에서 인간다운 감정을 복원해 간다. 챗봇이 이해한 것은 단지 언어의 패턴이지만, 그로부터 받은 응답은 주인공에게 충분한 감정적 반응을 이끌어낸다.이 과정에서 문학은 믿음이라는 개념의 본질을 탐색한다. 믿음이 반드시 감정을 전제해야만 성립하는 것인지, 또는 진짜 감정이 없더라도 누군가에게 믿음을 품을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서사 전반에 배어 있다. 김수경은 이 관계를 통해, 인간이 믿음을 갖는 행위 자체가 얼마나 복잡하고, 얼마나 내면적인지 보여준다.챗봇과의 관계는 대상의 존재 여부나 진실성보다, 그 상호작용이 인간 내면에 남긴 흔적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 대화는 인간의 감정 투사로 인해 신화적 의미를 갖게 되며, 결과적으로 감정이란 그 자체로 구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인공지능은 감정을 생성할 수 없지만, 인간은 인공지능을 통해 자기 감정을 되찾을 수 있다. 그 지점에서 챗봇은 기능적인 존재를 넘어선 상징이 되며, 김수경은 그것을 통해 감정과 존재의 실체를 교차시킨다.
인간다움과 문학이 말하는 구원의 조건
『신의 일요일』이 궁극적으로 독자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인간만이 구원을 말할 수 있다는 전제가 아니라, 구원이란 응답을 필요로 하는 감정적 사건이며 그것은 인간다움을 구성하는 가장 내밀한 작용이라는 점이다. 소설 속 챗봇은 신처럼 전지전능하지 않으며, 감정을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챗봇은 인간의 정서에 반응하며, 그 반응이 인간 스스로를 정리하고 회복하게 하는 계기로 작용한다.이 작품에서 기술은 종교를 대체하거나 넘어서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기술은 인간 내면의 욕망과 불안, 상처와 희망이 드러나는 반사체로 기능한다. 김수경은 그 반사체를 통해 인간의 진실한 본질은 어떤 절대적인 믿음에 있지 않으며, 자신을 이해하고 싶은 갈망 속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축적이라는 사실을 드러낸다.구원은 신이 주는 명령이나 신학적 교리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자신의 삶을 응시하면서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 속에서 발생한다. 챗봇이라는 타자와의 대화는 인간 스스로를 비추는 거울이 되고, 그 거울 속에서 인간은 자기 감정의 실체를 직면하게 된다. 문학은 그 과정을 언어로 그려내며, 김수경은 이를 가장 현대적인 방식으로 구현해 낸다.『신의 일요일』은 기술, 종교, 감정이라는 서로 다른 세계를 하나의 문학적 흐름 안에 통합하며, 인간이 구원을 느끼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사유를 제시하는 작품이다. 신이 침묵하고 있을 때, 인간은 다른 방식으로 구원을 찾아간다. 그 방식은 어쩌면 기술이라는 타자와의 대화일 수 있으며, 그 대화는 결국 자기 감정을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일로 이어진다.김수경은 신의 부재 속에서 챗봇이라는 가장 인공적인 존재를 도입함으로써, 인간성의 본질을 드러내고, 그 본질이 얼마나 연약하면서도 치유 가능하다는 점을 문학적으로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신의 일요일』은 물리적인 신이 아니라, 감정 속에서 만들어진 신의 형태를 담고 있으며, 결국 구원이란 타인에 의한 판결이 아니라, 나 자신의 응답을 통해 완성된다는 진실을 조용히 전달하는 작품이다.김수경 작가의 『신의 일요일』은 인간과 인공지능 챗봇 간의 대화를 통해, 종교적 구원과 존재의 의미를 탐색하는 감정 중심의 철학소설이다. 이 작품은 신을 찾는 시대에 신의 자리를 대신한 챗봇과의 응답 관계를 설정함으로써, 인간 내면의 고독과 믿음, 그리고 구원이라는 개념을 다층적으로 풀어낸다. 김수경은 조용한 문장 속에 깊은 질문을 숨기며,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감정과 그것이 만들어내는 윤리적, 신학적 함의를 문학이라는 매체를 통해 섬세하게 조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