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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해방일지 책 주변인물 서사 구조 시선

by 달빛서재03 2025.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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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해방일지의 책 표지

정지아 작가의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해방 전후의 혼란스러운 한국 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가족의 시선을 통해 이념과 인간성, 그리고 세대 간의 갈등을 날카롭고도 따뜻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단순한 역사소설에 그치지 않고, 인물의 감정과 기억을 통해 독자가 직접 역사의 진실에 다가서게 만듭니다. 본문에서는 작품의 주요 인물 분석, 서사 구조, 문학적 장치 중심으로 이 소설을 깊이 있게 분석하겠습니다.

인물 분석: 아버지, 딸, 주변 인물

『아버지의 해방일지』의 중심인물은 단연 '아버지'입니다. 그는 조선의 해방과 함께 인생이 전환점을 맞은 인물로, 민족 해방에 대한 신념과 현실의 괴리 사이에서 방황합니다. 작가는 아버지를 이상화하지 않으며, 그의 오류와 고집, 동시에 인간적인 유약함을 균형 있게 조명합니다. 아버지는 공산주의자였지만 단순한 이념 투사가 아니라, 가족을 지키고자 했던 인물입니다. 그는 체제에 속하지 못한 채 주변부에서 살아가며, 그 시대를 살았던 수많은 민중을 상징합니다. 작가는 이 인물을 통해 ‘해방’이라는 단어가 개인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질문을 던집니다. 이 소설의 또 다른 핵심 인물은 ‘딸’입니다. 딸은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를 회상하며 이야기를 서술합니다. 그녀는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한 채 성장했고, 그를 ‘이상한 사람’ 혹은 ‘불편한 존재’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남긴 유품과 기록을 통해 점차 그를 이해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신 역시 치유됩니다. 딸의 내면 변화는 세대 간의 역사 인식 차이와 감정적 화해의 과정을 보여주는 장치로 기능합니다. 그 외에도 마을 사람들, 가족 구성원 등 주변 인물들은 해방기의 시대상을 구성하는 퍼즐 조각으로 등장합니다. 각 인물은 아버지의 삶과 교차하며 다양한 시대적 시선을 대표하고, 결과적으로 한 인물의 전기가 아닌 '시대의 초상'을 완성해 냅니다.

서사 구조와 기억의 배열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전형적인 순차적 전개 방식이 아닌, 딸의 기억과 기록을 통해 과거를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이러한 서사 구조는 단선적 진실 대신 ‘다층적 진실’을 드러내는 데 탁월한 효과를 줍니다. 소설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역사적 사실과 개인의 기억이 뒤엉킨 서사 구조를 통해 독자로 하여금 직접 해석하게 합니다. 이야기의 중심은 아버지가 남긴 글, 소지품, 마을 사람들의 증언 등 ‘단서들’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이들은 명확한 연대순이 아닌, 파편화된 방식으로 제시되어 서서히 진실에 접근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구성은 독자가 수동적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퍼즐을 맞추는’ 경험을 하게 만듭니다. 또한 이 구조는 아버지라는 인물에 대한 고정된 시선을 해체하고, 독자와 딸이 함께 그의 삶을 재해석하도록 유도합니다. 딸의 내면 독백과 아버지의 기록이 교차하면서 인물에 대한 감정과 역사적 진실이 입체적으로 제시됩니다. 이 서사 방식은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 기억과 화해, 역사와 인간성을 더욱 강하게 드러냅니다. 작가는 장면 전환에 있어서도 매우 섬세한 구성을 보여줍니다. 긴장감 넘치는 역사적 순간과 일상적인 풍경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거대한 역사와 개인의 삶이 분리되지 않음을 암시합니다. 이것은 정지아 작가가 문학을 통해 이루고자 한 ‘역사의 인간화’ 작업의 중요한 특징입니다.

문학적 장치와 작가의 시선

정지아 작가는 『아버지의 해방일지』에서 다수의 문학적 장치를 정교하게 활용해 복잡한 역사를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전달합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돋보이는 것은 ‘1인칭 회상’ 기법입니다. 딸의 시선으로 아버지를 바라보는 방식은 매우 개인적이지만, 동시에 독자가 감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합니다. 비유와 상징도 자주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남긴 ‘일지’는 단순한 기록물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 이해와 오해를 잇는 매개체로 기능합니다. 또한 마을이라는 공간은 해방 이후 한국 사회의 축소판처럼 작용하며, 그 안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곧 전체 사회의 갈등을 반영합니다. 정지아의 문체는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감정의 여운을 남깁니다. 그녀는 과도한 수사를 피하고, 독자가 인물의 감정에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도록 구성합니다. 특히 슬픔이나 분노를 노골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서술자의 내면을 통해 은근하게 전달하는 방식은 오히려 더 강한 감정적 울림을 줍니다. 또한 작가는 서사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인물의 증언을 삽입하는 ‘다층 서술’ 방식을 사용합니다. 이로 인해 한 사람의 삶이 절대적인 평가가 아닌, 상대적이고 역사적 맥락 안에서 이해될 수 있도록 구조화됩니다. 무엇보다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정지아 작가 자신의 정체성과도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북한이탈자 가족이라는 배경 속에서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하지 않고, 문학적으로 승화시킵니다. 이 책은 작가 개인의 서사이자, 수많은 이들의 잊힌 역사에 대한 공적인 기록이 됩니다.『아버지의 해방일지』는 한국 현대사의 복잡한 이념 갈등과 개인의 감정사를 문학적으로 풀어낸 뛰어난 작품입니다. 정지아 작가는 인물의 심리와 서사적 구성, 문학적 장치를 절묘하게 조화시켜, 독자가 한 인물의 삶을 통해 역사를 이해하고, 감정을 회복하도록 이끕니다. 이 작품은 단순히 과거를 복원하는 소설이 아니라, 현재의 독자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기억과 화해의 안내서’입니다. 정지아 작가의 문학은 그 자체로 치유이며, 역사를 말하는 따뜻한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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