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혜진 작가의 『어스름 청소부』는 세상이 외면한 아이들이 서로의 상처를 발견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화해해 가는 판타지 성장소설이다. 보이지 않는 존재를 청소하는 ‘소요’, 얼굴의 얼룩으로 과거를 읽는 ‘제하’, 가짜 기억을 스티커로 만들어 붙이는 ‘예나’. 세상 어디에나 있지만 아무도 보지 못하는 ‘어스름’을 치우며, 세 아이는 서로의 이상함 속에서 진짜 자신을 찾아간다. 김혜진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보통’의 기준에서 벗어난 존재들이 얼마나 찬란하게 성장할 수 있는지를 따뜻하고 서정적인 문장으로 그려낸다.
어스름을 치우는 소요의 세계
‘소요’는 어스름을 치우는 일을 맡은 소녀다. 어스름은 세상 어디에나 있지만, 아무도 보지 못하는 존재다. 그것은 사람들의 슬픔, 외로움, 불안이 응축된 그림자 같은 것. 소요는 이 어스름을 치우며 세상이 버린 감정을 닦아내고, 그 안에서 작은 온기를 발견한다. 김혜진 작가는 소요의 시선을 통해 우리가 보지 못한 감정의 세계를 섬세하게 드러낸다. 어스름을 치운다는 설정은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라, 마음속 어둠을 직면하고 비워내는 ‘성장의 과정’을 상징한다. 소요는 ‘이상하다’는 이유로 세상과 거리를 두지만, 결국 자신의 다름이 누군가를 구하고 세상을 밝히는 힘이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어스름 청소부로서의 그녀의 여정은, 세상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고통을 이해하는 따뜻한 시선으로 가득 차 있다. 김혜진은 이 부분을 통해 “이상하면 어때?”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존재 자체로 충분하다는 인간 존엄의 의미를 독자에게 전한다.
얼굴의 얼룩을 읽는 제하의 시선
제하는 사람들의 얼굴에 새겨진 ‘얼룩’을 읽어 그들의 과거와 성격을 알아내는 능력을 가진 소년이다. 그는 그 능력 때문에 사람들에게 외면받지만, 그 누구보다 타인의 아픔을 잘 이해한다. 얼룩은 단순한 표식이 아니라, 상처와 기억이 남긴 흔적이다. 제하는 그 흔적을 읽으며 세상이 외면한 진실을 마주하고, 자신 또한 상처받은 존재임을 받아들인다. 김혜진 작가는 제하의 능력을 통해 인간의 ‘기억’이 얼마나 깊은 상처로 남는지를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그 상처를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타인을 이해하는 행위가 아니라, 자신을 용서하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제하의 시선은 타인의 고통을 읽을 줄 아는 공감의 능력이며, 그 공감이야말로 ‘보통’의 기준을 넘어서 진짜 인간다움을 완성하는 힘이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가짜 기억을 붙이는 예나의 성장
예나는 ‘스티커’에 가짜 기억을 담아 붙이는 능력을 지닌다. 이 능력은 처음엔 단순한 장난 같지만, 이야기 후반부로 갈수록 그것이 ‘잃어버린 기억을 회복하는 행위’로 변한다. 그녀는 잊고 싶은 과거를 덮기 위해 가짜 기억을 만들지만, 그 과정에서 진짜 감정과 마주하게 된다. 예나는 “가짜라도 내가 행복하다면, 그건 진짜가 될 수 있어”라는 말처럼, 현실의 아픔을 견디기 위한 인간의 본능적인 자기방어를 상징한다. 김혜진 작가는 예나를 통해 진실과 거짓, 기억과 망각의 경계를 탐색하며, 결국 중요한 건 ‘어떤 기억이 진짜인가’가 아니라 ‘그 기억이 나를 성장시켰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세 아이의 여정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성장하는 이야기로 완성된다.
『어스름 청소부』는 단순한 판타지 소설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존재를 보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김혜진 작가는 다름을 받아들이는 용기와 진짜 성장의 의미를 이야기한다. 소요, 제하, 예나는 세상이 외면한 아이들이지만, 서로를 통해 세상과 화해하고 자신만의 빛을 찾아간다. “넌 너대로 존재하려는 거잖아, 네 방식대로. 그건 이상한 게 아니야.” 이 문장은 작품의 핵심 메시지를 그대로 담고 있다. 이상한 건 나쁜 게 아니다. 오히려 그 이상함이 세상을 새롭게 만드는 시작일 수 있다. 『어스름 청소부』는 우리가 잃어버린 감정의 온도를 되찾게 만드는, 따뜻하고 빛나는 판타지 성장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