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 작가의 『어쩌다 학교가 집이 되었다』는 겉으로는 청소년에 대한 책이지만, 실은 어른들에게 던지는 뼈아픈 질문이다. “우리는 아이들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에서 출발한 이 책은, 보호받아야 할 존재였던 10대들이 오히려 스스로를 지켜내야 했던 삶을 정직하게 기록한다. 책 속에는 교실이라는 공간이 집이 되고, 선생님이 유일한 어른이 되는 현실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비극을 호소하지 않는다. 다만 그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어른들이 얼마나 많은 것을 보지 않고 살아왔는지를 묻는다.
학교가 된 집, 선생님이 된 어른
이 책은 교육에 대한 이야기이자, 돌봄에 대한 이야기이며, 동시에 생존에 대한 이야기다. '어쩌다 학교가 집이 되었다'는 제목은 단순한 상징이 아니다. 정말로 어떤 아이들은 학교를 집처럼 이용한다. 등교 후 급식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교실에서 눈을 붙이며, 종일 학교에 머무는 아이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집에 갈 수 없거나, 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가정 폭력, 방임, 빈곤, 정서적 고립. 이 모든 이유가 아이들을 학교에 붙들어 놓는다. 부모가 있어도 기댈 수 없고, 집이 있어도 마음 둘 곳이 없다면, 아이는 자신이 가장 안전하다고 느끼는 공간에 머물 수밖에 없다. 그게 바로 교실이다. 김윤 작가는 이런 아이들의 이야기를 특별한 사례처럼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 이 순간 한국 사회 어딘가에서 흔히 일어나고 있는 일로 바라본다. 작가는 선생님이자 기록자로서, 아이들의 삶을 목격하고 메모한다. 그리고 그 메모는 어느새 하나의 거울이 되어, 독자에게도 “나는 내 주변의 아이들을 진짜로 알고 있었는가”라는 질문을 돌려준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교사가 단순히 ‘교육자’가 아니라, 한 사람의 ‘어른’으로서 아이 곁에 선다는 점이다. 누군가의 밥을 챙겨주고, 기댈 어깨가 되어주는 일은 결코 교사의 업무지침에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김윤 작가는 그것이 아이들을 살아 있게 만드는 최소한의 연대라고 말한다.
청춘의 무게를 보지 못한 사회
책 속 아이들은 반항하거나 침묵하며, 때로는 수업 중에 잠들고, 결석을 반복한다. 어른들은 그런 아이들을 보고 “의지가 없다”, “집중력이 없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김윤 작가는 그 아이들의 태도 뒤에 숨겨진 삶을 본다. 하루 종일 일하는 부모 대신 어린 동생을 돌보는 학생, 밤늦게 아르바이트를 하고 졸린 눈으로 등교하는 아이, 폭언과 무관심 속에서 자존감을 잃은 청소년. 그들은 이미 많은 것을 감당하고 살아내고 있다. 그런데도 어른들은 “공부 좀 해라”, “나약해지지 마라”는 말만 건넨다. 이 책은 청소년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어른의 무지를 드러낸다. 작가는 극적인 서사나 감정적인 호소 없이, 담백한 문장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아이들의 현실을 직시하게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설득이 아니라 ‘증언’에 가깝다. 10대는 자라야 하는 존재이지만, 동시에 이미 살아가는 존재이기도 하다. 김윤 작가는 10대를 단순한 보호 대상이나 성장 가능성으로만 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싸우고, 견디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 무게를 어른이 짊어지지 않는다면, 최소한 인정하고 이해해야 한다.
지금 이 책이 어른에게 필요한 이유
『어쩌다 학교가 집이 되었다』는 청소년에게 필요한 책이 아니라, 청소년을 둘러싼 어른에게 반드시 필요한 책이다.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부모, 교사, 복지사, 상담가, 정책 담당자 모두가 이 책을 통해 ‘보지 못했던 것’을 다시 봐야 한다. 책은 질문하지 않는다. 하지만 읽고 나면 독자는 수없이 많은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게 된다. “나는 내 아이를 알고 있었을까”, “나는 주변의 청소년들에게 안전한 어른이었을까”, “나는 어떤 말과 어떤 침묵으로 아이들을 외롭게 했을까”이 책은 자극적이지 않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누구의 잘못을 탓하지 않지만, 우리 모두의 책임을 돌아보게 만든다. 김윤 작가의 문장은 설명하지 않지만, 오히려 그 침묵 속에서 더 많은 진실이 읽힌다.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말은 쉽다. 하지만 이 책은 그 보호의 실체가 얼마나 비현실적 인지도 함께 보여준다. 제도의 사각지대, 무책임한 정책, 형식적인 관계 속에서 아이들은 여전히 버티고 있다. 그 현실을 외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 책은 반드시 읽혀야 한다.『어쩌다 학교가 집이 되었다』는 단지 한 교사의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 사회의 오늘을 바라보는 통찰이며, 우리가 외면한 아이들의 목소리를 담은 작고도 묵직한 선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