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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스피어 책 사고의 해체 자원 고갈과 생존 윤리 감정

by 달빛서재03 2025.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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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크스피어의 책 표지

임어진 작가의 『에코스피어』는 환경 위기를 배경으로 한 생태소설이자, 인간과 자연, 그리고 감정의 생태계를 함께 묻는 문학적 제안이다. 기후 위기, 자원 고갈, 생태계 붕괴 등 수많은 과학적 언어가 넘쳐나는 시대에 『에코스피어』는 문학이라는 감각의 언어로 우리가 놓치고 있는 중요한 질문들을 던진다.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 공존의 방식과 윤리, 그리고 감정의 회복까지 담고 있는 이 작품은 생태소설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 글에서는 『에코스피어』의 주요 독서포인트를 ‘공존의 재정의’, ‘자원의 윤리적 사용’, ‘감정 생태계의 복원’이라는 세 가지 관점으로 정리해 본다.

1. 공존의 재정의: 인간 중심 사고의 해체

『에코스피어』는 기존의 생태문학과 달리 인간을 자연의 중심에 두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이 '주도권'을 가졌다는 전제를 해체하며, 동물, 식물, 미생물, 기계, 비인간 존재들과의 관계를 재설정한다. 작중 인물들은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에 놓이게 되며, 그 안에서 살아가는 방식은 점차 '함께 살아가는 법'으로 바뀌어 간다. 특히 작품 속 생존 공동체는 먹을 것을 나누고, 물을 정화하고, 쓰레기를 순환시키는 방식에서까지 자연과의 호흡을 중시한다. 인간은 더 이상 자연을 통제하거나 소비하는 존재가 아니라, 그 안에서 겨우 자리를 빌려 사는 존재로 그려진다. 임어진은 '공존'이라는 단어가 그저 다정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라는 점을 문학적으로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이 소설의 공존은 생물학적 동거가 아니라, 윤리적 연대와 감정적 수용의 문제로 확장된다. 인간은 혼자가 아니며, 기술로도 모든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 작품은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전달한다.

2. 자원 고갈과 생존 윤리: 남은 것보다 남기는 것

『에코스피어』에서 세계는 이미 대부분의 천연자원을 소진한 상태다. 남은 물은 정화 후 재사용되어야 하고, 태양광과 풍력마저 일정한 조건이 맞아야만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더 이상 '개인의 소비'가 허용되지 않는 사회, 이 작품은 바로 그런 한계 상황 속에서 인간이 선택해야 할 윤리적 질문들을 묻는다. 임어진 작가는 단순히 자원이 부족한 현실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부족함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함께 나누고 배분하며 살아가는가'를 보여준다. 자원은 이제 가격이 아니라 가치로 평가되고, 물건 하나를 고르기 전에는 그 자원이 남긴 흔적과 경로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설정은 오늘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지속가능성'의 문제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 과잉생산, 과잉소비의 세계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물질과 에너지에 대한 새로운 감각이 필요하다. 『에코스피어』는 그것을 소설이라는 형식 안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문학의 언어로 실천해 보인다. 특히 인물들이 무언가를 '가지는 것'보다 '돌려주는 것', 즉 자원의 순환과 환원을 중심에 두고 행동하는 모습은 매우 인상 깊다. 이는 단순한 생존전략을 넘어선, 새로운 윤리적 삶의 모델이다.

3. 감정 생태계: 자연과 마음의 연결성 회복

『에코스피어』가 특별한 이유는 환경에 대한 물리적 묘사뿐만 아니라, 감정의 생태계 또한 중심적으로 다룬다는 데 있다. 현대 문명은 환경뿐 아니라 감정의 구조도 파괴했다. 외로움, 소외, 불안, 고립감은 단순한 개인 심리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과 관계 맺는 방식의 결과다. 작품 속 인물들은 자연 속에서 마음을 회복하고, 생태적 공간에서 감정을 재정렬한다. 나무를 돌보며 분노를 가라앉히고, 빗소리를 들으며 슬픔을 받아들이며, 새들이 떠난 하늘을 보며 그리움을 정화한다. 자연은 이들에게 배경이 아니라 '감정 회복의 매개체'로 작용한다. 임어진 작가는 감정 역시 생태의 일부로 본다. 우리가 나누는 언어, 품는 생각, 유지하는 관계 모두가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며, 그것이 무너질 때 생존의 의지도 사라진다고 말한다. 감정 생태계가 회복되지 않는 한, 어떤 자원도 인간을 살아가게 하지 못한다는 것이 이 작품의 핵심이다.『에코스피어』는 감정을 사치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감정은 생태의 일부이며, 감정을 돌보는 일은 곧 환경을 돌보는 일과 맞닿아 있다고 말한다. 이 감정 생태계에 대한 섬세한 서술이 이 작품을 단순한 환경소설에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소설'로 확장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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