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연 작가의 『여름을 다른 말로 하면』은 ‘계절’이라는 매개를 통해 인간의 기억과 감정을 섬세하게 엮어낸 감성소설이다. 여름은 이 소설 속에서 단순한 시간의 흐름이 아니라, 잃어버린 사랑과 마주하는 계절이자, 멈춰 있던 감정이 다시 흘러가기 시작하는 순간으로 그려진다. 정서연 작가는 담백한 문장으로, 관계의 온도와 기억의 향기를 포착하며 독자들에게 ‘감정의 계절’을 선물한다.
여름, 기억을 부르는 계절
『여름을 다른 말로 하면』에서 여름은 ‘기억의 계절’이다. 작중 인물들은 모두 여름을 기점으로 중요한 전환점을 맞는다. 어떤 이는 잃어버린 사람을 다시 만나고, 또 어떤 이는 잊으려 했던 기억과 마주한다. 작가는 여름의 공기, 햇살, 바람 속에 인물들의 감정을 녹여내며, “시간이 흐른다고 모든 감정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정서연의 문장은 단순하지만, 여운이 길다. 여름의 따뜻함과 함께 찾아오는 쓸쓸함, 그 모순된 감정의 조화를 통해 작가는 인간의 내면을 정교하게 그린다. 독자는 여름의 풍경을 따라가며, 그 안에서 자신이 잃어버린 감정과 마주하게 된다. 여름은 ‘끝’이 아닌 ‘다시 시작되는 계절’임을 이 작품은 조용히 속삭인다.
관계의 온도를 그리는 문장들
정서연 작가의 소설은 관계의 미세한 온도를 다룬다. 『여름을 다른 말로 하면』 속 인물들은 완벽하지 않다. 서로를 사랑하지만, 표현하지 못하고, 이해하지만 어긋난다. 작가는 이런 인간관계의 미묘함을 계절의 변화에 빗대어 그린다. 여름의 뜨거움은 감정의 격정을, 그리고 장마의 비는 후회의 냉기를 상징한다. 그녀의 문장은 장식적이지 않다. 대신 섬세하고 현실적이다. 인물들의 대화, 시선, 망설임을 통해 감정의 결을 느끼게 한다. 관계가 무너지는 과정조차 따뜻하게 그려내는 이유는, 작가가 인간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여름을 다른 말로 하면』은 사랑이란 결국 이해가 아니라 ‘존재를 받아들이는 일’임을 보여준다.
여름을 다른 말로 하면, ‘사랑’
작가는 제목 속 문장처럼 질문을 던진다. “여름을 다른 말로 하면, 무엇일까?” 이 질문은 단지 계절의 정의를 묻는 게 아니라, 감정의 의미를 다시 쓰는 일이다. 작중에서 여름은 사랑이고, 그리움이며, 동시에 용서다. 뜨겁고, 때로는 고통스럽지만, 지나고 나면 가장 찬란하게 기억되는 감정의 이름이다. 정서연은 여름이라는 시간 안에서 인간의 사랑을 세 가지 결로 그린다 — 떠난 사랑, 남은 사랑, 그리고 다시 시작하는 사랑. 각 인물은 사랑을 통해 성장하고, 상처받으며, 결국 자신을 이해한다. 작가는 사랑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중요한 건 그 마음이 ‘진짜였는가’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 작품의 여름은, 단순히 계절이 아니라 ‘사람의 감정 그 자체’다.
『여름을 다른 말로 하면』은 계절과 감정을 교차시키며, 인간의 내면을 따뜻하게 비춘다. 정서연 작가는 독자에게 말한다. “모든 여름은 지나가지만, 그 여름의 감정은 남는다.” 이 작품은 독자의 마음속에 오래 머무는 문장들로, 지나간 계절의 냄새와 그때의 감정을 다시 불러낸다. 뜨겁고도 서늘한 여름, 그 속에서 피어난 사랑과 관계의 이야기. 그래서 이 소설은 ‘가장 서정적인 계절 소설’이라 불릴 자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