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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까진 필요 없어 작은 파장 새로운 괴물 진짜 용기

by 달빛서재03 2025.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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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까진 필요 없어의 책 표지

김윤진 작가의 『용기까진 필요 없어』는 학교 단톡방에서 시작된 사소한 장난이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번지는 과정을 통해, 생성형 AI와 딥페이크 기술의 윤리적 문제를 날카롭게 포착한 청소년 성장소설이다. ‘용기’보다 중요한 것은 판단과 책임,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임을 섬세한 서사로 그려낸 작품이다.

단톡방에서 시작된 작은 파장

소설의 시작은 평범한 학교 단톡방이다. 어느 날 반 친구가 페이스앱을 이용해 만든 자신의 사진을 올리며 이야기는 전개된다. 처음에는 단순한 유행처럼 보이던 사진 편집은 점점 과열되고, 결국 강루이의 말 한마디  “괴물 같은 사진들 좀 그만 올리라.” 가 분위기를 바꾼다. 친구들은 장난으로 넘기지만, 루이는 점점 불안함을 느낀다. 며칠 후, 단톡방에는 또 다른 영상이 올라오고, 그것은 루이와 친구들을 뜻밖의 사건 한가운데로 이끈다. ‘딥페이크’라는 단어가 현실의 두려움으로 다가오며, 이 사건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선 디지털 범죄의 경계를 보여준다. 김윤진 작가는 실제 청소년 사이에서 벌어지는 SNS 문화의 현실성을 섬세히 포착하며, 작은 클릭 하나가 얼마나 큰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딥페이크, 기술이 만든 새로운 괴물

『용기까진 필요 없어』의 중심에는 ‘딥페이크’라는 기술이 있다. AI 기반으로 얼굴이나 목소리를 합성하는 이 기술은, 예술과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는 흥미로운 혁신으로 평가받지만, 동시에 인간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윤리적 경계를 무너뜨리는 위험한 도구로 변질될 수 있다. 작품 속 학생들은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장난처럼 영상을 만들어 공유하지만, 사건이 확대되면서 ‘기술의 책임’이라는 무거운 주제에 맞닥뜨린다. 김윤진 작가는 “딥페이크 범죄 피의자 5명 중 4명이 10대”라는 현실 통계를 언급하며, 청소년의 디지털 환경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환기시킨다. 또한, 부모의 셰어런팅(Sharenting) 문화 자녀의 일상을 SNS에 공개하는 행위 역시 범죄 악용의 빌미가 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이 소설은 기술이 발전할수록 필요한 것은 ‘용기’가 아니라 ‘윤리적 성찰’이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진짜 용기는 ‘멈춤’에서 시작된다

‘용기까진 필요 없어’라는 제목은, 무모한 도전이 아닌 멈춤의 용기를 말한다. 작품 속 인물들은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성장하지만, 진정한 변화는 누군가가 먼저 멈춰서 “이건 잘못된 일 아닐까?”라고 묻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김윤진 작가는 청소년들이 단지 피해자나 가해자가 아니라, 기술과 인간 사이에서 고민하는 세대임을 보여준다. 루이는 사건 이후 자신과 친구들이 무엇을 잃고,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고민하며 한층 성숙해진다. 작품의 마지막 장면에서 독자는 알게 된다. ‘용기’는 거창한 행동이 아니라, 무언가를 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순간의 책임감일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깨달음은 어른들에게도 필요한 덕목이다.

『용기까진 필요 없어』는 단순히 청소년 성장소설이 아니라, AI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세대에게 던지는 윤리적 질문이다. 김윤진 작가는 기술의 발전이 인간을 더 자유롭게 만들었는지, 아니면 더 위험하게 만들었는지를 묻는다. 이 작품은 “딥페이크”라는 무거운 주제를 통해 인간이 기술을 다루는 태도를 돌아보게 한다. 결국 ‘용기까진 필요 없어’라는 말은, 무모함 대신 성찰을, 확신 대신 책임을 선택하라는 메시지다. 김윤진은 이 시대의 청소년이 겪는 현실적인 불안과 혼란을 통해, 진정한 용기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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