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첼 작가의 『우리는 무엇을 타고나는가』는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은 유전인가, 환경인가, 아니면 단순한 우연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인문과학서다. 이 책은 인간의 정체성을 유전적 결정론의 관점에서만 보지 않고, 환경과 선택,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우연의 힘까지 함께 탐구한다. 2025년 오늘날, 인공지능이 인간을 모방하는 시대에 이 책은 다시금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강력한 질문을 던진다.
유전이 우리를 만든다? 타고난 본성의 비밀
『우리는 무엇을 타고나는가』의 출발점은 유전이다. 작가는 생명과학의 발전을 토대로 인간의 행동, 성격, 재능이 얼마나 유전적으로 결정되는지를 냉정하고도 세밀하게 분석한다. 우리가 왜 어떤 일을 좋아하고, 왜 어떤 상황에서 쉽게 분노하는가. 이 모든 것은 단순한 심리 문제가 아니라 유전적 코드의 영향일 수 있다고 책은 말한다. 하지만 미첼은 유전 결정론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는 유전이 ‘가능성’을 제공할 뿐,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즉, 우리는 특정한 유전적 재료를 타고나지만, 그것을 어떤 방향으로 발현시키는가는 환경과 경험의 영역이다. 이 대목에서 독자는 깨닫는다. 유전자는 시작일 뿐, 완성은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러한 균형 잡힌 시각은 인간의 자유의지를 새롭게 해석하도록 돕는다.
환경이 빚어내는 또 다른 나
유전이 출발점이라면, 환경은 그 출발선 이후의 모든 길이다. 『우리는 무엇을 타고나는가』는 가정환경, 사회문화, 교육, 경제적 배경 등 우리가 태어난 이후 경험하게 되는 요소들이 얼마나 깊게 우리의 사고방식과 정체성을 형성하는지 구체적인 사례로 보여준다.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쌍둥이조차 다른 환경에서 성장하면 전혀 다른 가치관과 성격을 지닌다는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미첼은 “환경은 유전의 침묵을 깨우는 언어”라고 말한다. 책은 개인의 성취나 실패를 단순히 타고난 재능으로 환원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놓인 환경, 그리고 그 환경을 어떻게 인식하고 대응하는가가 결국 ‘나’를 만든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이 부분은 특히 청소년과 부모 세대, 그리고 자기계발서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결국 인간의 성장에는 “유전도, 환경도 아닌 자각과 선택의 힘”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다.
우연과 선택, 인간을 완성하는 세 번째 힘
미첼은 유전과 환경만으로 인간을 설명하는 것은 불완전하다고 말한다. 그는 여기에 우연과 선택이라는 세 번째 축을 제시한다. 우연은 인간의 삶을 흔드는 불가피한 변수이자, 예측 불가능한 인생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다. 하지만 미첼에게 우연은 단순한 운명이 아니다. 그는 우연한 사건조차 개인의 선택과 해석을 통해 의미를 갖는다고 말한다. 이 시점에서 독자는 “나는 내 유전의 노예가 아니다”라는 해방감을 느낀다. 삶은 정해진 프로그램이 아니라, 유전·환경·우연이 서로 얽히며 만들어내는 복합적인 이야기라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무엇을 타고나는가』는 인간이 “타고난 존재”가 아니라 “끊임없이 만들어져 가는 존재”임을 철학적으로 증명한다.
미첼 작가의 『우리는 무엇을 타고나는가』는 단순한 과학서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존재 이유와 자유의지를 다시 성찰하게 만드는 현대 인문학의 한 형태다. AI가 감정과 판단을 모방하는 오늘날, 이 책은 우리가 가진 ‘불완전함’ 속에 진짜 인간성이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유전은 우리의 출발점이고, 환경은 무대이며, 우연은 인생의 예술을 완성하는 붓이다. 따라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의 답은 결국 “나는 나를 만들어 가는 존재다”로 귀결된다. 『우리는 무엇을 타고나는가』는 우리 모두에게 다시금 묻는다. “당신은 지금 어떤 유전자보다도 강력한 선택을 하고 있습니까?”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