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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우주열차 책 비선형 서사 기호적 상징 감정 해방

by 달빛서재03 2025.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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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우주열차의 책 표지

최애린 작가의 『우리들의 우주열차』는 감정의 흐름을 우주라는 거대한 상징 속에 녹여낸 감성 SF 소설이다. 이 작품은 성장과 이별, 연결과 단절을 중심 테마로 삼으며, 열차라는 공간을 통해 인물의 내면 여정을 상징화한다. 본 글에서는 『우리들의 우주열차』의 서사 구조를 중심으로 감정선, 우주적 기호, 인물 여정이 어떤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심층적으로 분석해 본다.

감정선 중심의 비선형 서사

『우리들의 우주열차』는 전통적인 기승전결 구조를 따르지 않는다. 대신, 인물의 감정 변화에 따라 장면이 구성되고, 시점도 자유롭게 교차한다. 주인공 ‘지안’은 우주열차를 타고 어딘가로 향하지만, 독자에게 목적지는 명확히 제시되지 않는다. 작가는 ‘어디로 가는가’보다 ‘어떻게 느끼는가’에 집중하며, 감정의 변화가 곧 서사의 중심축이 되는 구조를 만들어낸다.

감정선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상실과 혼란, 두 번째는 관계 회복의 시도, 세 번째는 감정의 수용과 전환이다. 각 단계는 지안이 마주치는 인물들 어릴 적 친구, 과거의 연인, 미래에서 온 듯한 승객을 통해 단계적으로 구현된다. 이들은 모두 지안의 내면 일부를 대변하며, 일종의 감정 미러링을 수행하는 서사적 장치로 작용한다. 특히 감정을 직접 표현하지 않고, 우주와 열차라는 공간 속 환경 변화(조도, 온도, 소리 등)로 전달하는 방식은 서사에 은유적 깊이를 더한다. 이를 통해 독자는 ‘이해하는 서사’가 아닌 ‘느끼는 서사’를 경험하게 된다.

우주와 열차의 기호적 상징

작품 속 ‘우주’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감정의 추상화를 위한 무대다. 우주는 무한하고 정적인 공간이지만, 동시에 모든 감정이 증폭되는 공간으로 설정된다. 작가는 이를 통해 인물들이 현실에서 감추고 있었던 감정들을 비로소 마주하게 만든다. 진공 상태에서 터지는 침묵, 별빛에 젖은 차창, 느릿하게 움직이는 열차의 진동은 모두 감정을 시각화하고 청각 화하는 장치로 기능한다.‘열차’는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는 여정의 상징이다. 출발역과 종착역이 명시되지 않은 열차는 독자에게 목적 없는 여행처럼 보이지만, 실은 내면의 변화를 위한 공간적 장치다. 열차의 각 칸은 서로 다른 시간대나 감정을 상징하며, 지안이 각 칸을 이동하면서 자신이 놓아두고 온 감정과 관계들을 다시 마주하게 된다. 열차가 갑작스레 정차하거나, 창밖에 미지의 풍경이 펼쳐지는 장면에서는 현실과 비현실이 교차하는 경계가 허물어지고, 이는 곧 감정의 경계가 흐려지는 순간과 맞물린다. 이러한 우주와 열차의 상징체계는 전체 서사를 감정 중심으로 재조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물의 여정과 감정 해방

주인공 지안은 이야기 초반, 무기력하고 감정에 둔감한 상태로 묘사된다. 이는 명확한 트라우마나 사건이 아니라 ‘감정의 공백 상태’로부터 비롯된다. 그는 ‘왜 이 열차를 타고 있는지’를 모르고 있으며, 독자 역시 처음엔 이 여정이 어떤 의미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독자는 지안이 기억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는 곧 감정 회피라는 서사의 주제로 이어진다. 열차 안에서 만나는 다양한 인물들은 모두 지안의 과거 감정과 연결되어 있다. 그들과의 짧은 대화, 갈등, 침묵 속에서 지안은 잊고 있었던 감정과 마주하고, 그 감정들을 다시 느끼는 법을 배워간다. 작가는 이 과정을 강렬한 사건 없이도, 섬세한 장면 구성과 대사로 풀어내며, 감정 해방의 과정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낸다. 이야기 후반부에서 지안은 더 이상 ‘도착지’를 찾지 않는다. 그는 어느 순간 열차에서 내리지 않겠다고 선택하며, ‘이동하는 중’이라는 상태 자체를 받아들이게 된다. 이는 곧 완결이 아닌 수용의 감정이며, 지금까지의 서사가 ‘치유’가 아닌 ‘공존’을 말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우리들의 우주열차』는 감정, 공간, 서사를 유기적으로 엮어낸 감성 SF의 대표작이다. 최애린 작가는 우주와 열차라는 환상적 배경을 통해 인물의 내면을 정교하게 탐색하고, 감정을 서사의 중심으로 끌어올린다. 목적지보다 여정, 사건보다 감정을 중시하는 이 작품은, 감정의 미로를 조용히 통과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작은 위로와 자각을 전한다. 지금 이 순간, 나 역시 어디론가 가는 중이라면—『우리들의 우주열차』에 탑승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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