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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 번의 다이빙 책 반복의 고통 자아의 싹 꿈은 완성

by 달빛서재03 2025. 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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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 번의 다이빙의 책 표지

이송현 작가의 『일만 번의 다이빙』은 단순히 스포츠 훈련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작품은 실패를 거듭하며 자신을 단련하고, 끝내 자기 자신과 화해해 가는 감정의 성장 서사다. ‘일만 번’이라는 숫자는 한계를 넘기 위한 반복과 시간의 상징이며, 다이빙이라는 스포츠는 감정을 다루는 고도의 심리적 행위로 그려진다. 꿈을 향한 질주보다는 넘어짐 속에서 자라나는 내면의 힘과, 그것을 통해 발견하게 되는 자기 이해의 과정이 이 작품의 진짜 이야기다.

반복은 고통이 아니라 감정의 도약이다

주인공 ‘강우’는 다이빙을 전공하는 중학생이다. 누구보다 물을 사랑했고, 처음 다이빙대에서 뛰어내렸을 때의 짜릿함을 잊지 못하는 소년.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시합에서의 실패, 트라우마, 주변 선수들과의 비교, 그리고 무엇보다도 스스로에 대한 실망이 그를 옭아맨다. 그는 다이빙이 좋아서 시작했지만, 다이빙이 싫어져 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송현 작가는 ‘일만 번의 다이빙’이라는 표현을 통해, 훈련이라는 행위를 단순한 반복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감정을 조절하고 직면하게 만드는 훈련의 흐름이자 자기 성찰의 시간으로 해석된다. 강우는 매일같이 같은 높이에서 같은 동작을 반복하지만, 그 안에서 그의 감정은 계속해서 요동친다. 질투, 좌절, 분노, 허탈함, 회의감이 번갈아 그를 찾는다. 하지만 작가는 반복의 끝에서 변화와 이해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훈련은 감정의 고통을 잠시 잊게 하는 수단이기도 하며, 동시에 감정을 정리하고 직면하게 만드는 ‘도구’가 된다. 다이빙대 위에서 느끼는 두려움은 단순히 몸을 던지는 행위에 대한 공포가 아니라, 실패를 다시 마주해야 한다는 감정의 긴장감에서 비롯된다.

좌절과의 동행, 그 끝에서 피어나는 자아의 싹

강우는 이야기 중반부에서 결정적인 슬럼프를 겪는다. 훈련은 반복되지만 성과는 없고, 지도자와의 갈등, 부모의 기대, 친구의 질투가 겹쳐지면서 그는 점점 무기력에 빠지고 다이빙을 포기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키워간다. 이 과정은 청소년 독자들에게 매우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공감을 이끌어낸다. 작가는 청소년기 감정의 복잡성과 그것이 외부 기대 속에서 더욱 증폭되는 양상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하지만 『일만 번의 다이빙』은 이 좌절을 극복의 드라마로만 소비하지 않는다. 강우는 단번에 일어나지 않으며, 반복되는 갈등과 자책 속에서도 여전히 흔들린다. 중요한 것은 누군가의 도움이나 기적이 아니라, 스스로 내면의 감정을 정리하고 인정하는 순간들이다. 강우가 다시 물 위로 뛰어드는 장면은 단지 다이빙의 성공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실패해도 괜찮다’, ‘다시 시도할 수 있다’는 감정적 수용과 자기 이해의 도약을 의미한다. 작품은 독자에게 묻는다. “당신은 실패를 얼마나 견뎌봤는가” 그리고 강우를 통해 이렇게 말한다. “견디는 동안에도 우리는 자란다.”

꿈은 완성이 아니라 과정이다

『일만 번의 다이빙』은 ‘성공’이라는 결과보다 ‘도전’이라는 과정에 주목한다. 작가는 강우가 국가대표가 되었는지, 메달을 땄는지에 대한 결과에 집착하지 않는다. 오히려 주인공이 과정 속에서 자신을 얼마나 정직하게 마주했고, 감정을 어떻게 다루었는지, 그리고 그것을 통해 어떤 자아로 변화해 갔는지를 더 중요하게 다룬다. 청소년 시기의 감정은 언제나 불안정하고, 그 불안정함 속에서 우리는 실수하고 무너지고 다시 일어선다. 『일만 번의 다이빙』은 그런 감정의 진폭을 정직하게 드러내는 작품이다. 스포츠라는 장르는 이 이야기에 생동감을 부여하지만, 본질은 ‘감정’과 ‘성장’이라는 문학의 핵심 요소다. 마지막 장면에서 강우는 이전보다 더 높은 다이빙대 위에 선다. 그는 여전히 두렵고, 여전히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그는 이제 알고 있다. “나는 일만 번을 실패해도 괜찮고, 그 속에서도 자라고 있다는 것을.” 이 확신이야말로 이 작품이 전하는 진짜 성장이다. 이송현 작가의 『일만 번의 다이빙』은 청소년이 겪는 실패와 좌절을 단순히 극복의 과정으로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 실패 속에서 감정을 직면하고, 반복 속에서 자신을 회복하는 정직하고 현실적인 성장 이야기다. 꿈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매일 다시 시작하는 것이며, 감정은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내야 하는 것임을 알려주는 이 작품은, 오늘도 도전 앞에 선 청소년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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