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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땅의 야수들 책 경계의 긴장 본성의 드러남 갈망

by 달빛서재03 2025.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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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혜 작가의 『작은 땅의 야수들』은 인간 본성의 어두운 지점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소설입니다. ‘작은 땅’이라는 공간적 은유는 밀폐된 사회의 압박과 긴장을 상징하고, ‘야수들’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본성과 본능을 드러내는 상징적 존재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작품이 어떻게 인간 내면의 야성, 경계의 붕괴, 공동체의 파열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는지 분석하고자 합니다.

작은 땅, 경계의 긴장으로 짜인 무대

『작은 땅의 야수들』의 무대는 폐쇄적이고 제한된 공간입니다. 이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이야기 전체의 정서를 결정짓는 핵심 장치입니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좁고 밀폐된 공간에 인물들을 가두고, 그 안에서 발생하는 감정의 마찰과 사회적 긴장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작은 땅’은 도시의 한쪽 구석, 낙후된 주거지역 혹은 심리적 한계 상태를 은유하는 다층적 공간입니다.이 공간은 인간의 경계 의식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인물들은 타인과 자신을 분리짓는 벽을 만들고, 그 벽을 통해 자신을 보호하려 하지만, 동시에 끊임없이 그 경계를 침범당하고 위협받습니다. 경계가 무너질 때 폭력과 감정의 파열이 발생하고, 작가는 이러한 순간을 통해 인간이 얼마나 취약하고 동시에 얼마나 공격적인지를 보여줍니다.작중의 인물들은 고립된 채 살아가면서도 서로를 의식하고 감시합니다. 그 감시는 생존의 도구이자 불안의 원인이 됩니다. ‘작은 땅’이라는 설정은 물리적인 협소함뿐 아니라, 감정적, 관계적, 윤리적 ‘좁은 공간’을 상징하며, 현대인이 처한 내면의 감옥을 드러냅니다. 결국 이 작품에서 공간은 배경을 넘어, 감정과 행동을 이끄는 주체로 기능합니다.

야수로서의 인간, 본성의 드러남

이 소설의 중심에는 ‘야수성’이라는 키워드가 있습니다. 작가는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쉽게 경계를 넘어 ‘야수’가 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질문합니다. 이때의 야수는 단순히 잔혹한 존재가 아니라, 억눌린 본능, 외면된 욕망, 피할 수 없는 감정의 폭발을 의미합니다.등장인물들은 모두 자신만의 야수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어떤 이는 폭력적인 언행으로, 또 다른 이는 침묵과 냉소로 자신의 야성성을 드러냅니다. 특히 인물 간의 갈등은 본성의 충돌로 귀결되며, 이 갈등은 단순한 인간관계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제도적 억압과도 연결됩니다. 김주혜는 폭력을 직접 묘사하기보다는, 긴장감 있는 정서적 충돌로 그려내며, 그 안에서 인간 본성이 어떻게 흔들리는지를 보여줍니다.흥미로운 점은 이 소설이 인간 본성을 무조건적으로 비난하거나 혐오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작가는 “이런 본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를 묻습니다. 이는 인간에 대한 절망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를 유지하려는 ‘연결 욕망’에 대한 통찰입니다. 본성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직면하고 이해하는 것. 김주혜는 이 과정을 야수와의 공존으로 은유합니다.

파열된 공동체, 연결에 대한 애틋한 갈망

『작은 땅의 야수들』의 마지막 키워드는 ‘공동체’입니다. 이 작품은 공동체의 파열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동시에 연결에 대한 갈망을 잊지 않습니다. 인물들은 외로움 속에 살아가지만, 전면적으로 고립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 고립 속에서도 서로에게 말을 걸고, 바라보고, 기억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습니다.이러한 장면들은 이 작품이 단순한 폭력과 본성의 이야기로만 읽히지 않도록 만듭니다. 김주혜는 공동체의 균열을 통해, 금 우리가 사는 도시와 사회의 단면을 그려냅니다. 특히 ‘작은 땅’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분열은 거대 도시 안에서도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사건들로, 독자에게 강한 현실감을 선사합니다.작가는 고립과 폭력, 야수성과 같은 어두운 감정들 속에서도 ‘서로를 향한 시선’을 끝까지 남겨둡니다. 이 시선은 무너진 공동체 속에서 유일하게 남은 희망이며, 파괴 이후에도 다시 삶을 이어가야 하는 인간의 조건을 보여줍니다. 『작은 땅의 야수들』은 결국, 모든 경계와 폭력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한 작은 연대의 가능성을 조용히 끌어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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