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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창 책 노래가 된 인간 인물과 서사 따뜻한 인간학

by 달빛서재03 2025.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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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모 작가의 『절창』은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감정의 파편을 소리로 드러내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단순한 서사가 아니라, 인간이 잃어버린 ‘목소리’에 대한 탐구다. 구병모는 노래와 침묵, 기억과 고백의 경계를 통해 오늘의 인간성이 얼마나 왜곡되고 상처받았는지를 보여준다. 『절창』은 한 편의 음악이자, 우리 시대의 정서를 진단하는 문학적 기록이다.

노래가 된 인간 — 구병모가 말하는 목소리의 의미

『절창』에서 노래는 단순한 예술적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존재를 확인하는 언어이며, 인간의 본질적인 욕망을 드러내는 수단이다. 작품 속 인물들은 모두 자신만의 “절창”을 갖고 있지만, 그 노래는 아름다움보다는 절망에 가깝다. 구병모는 ‘노래’라는 상징을 통해 현대 사회 속 인간이 얼마나 자기감정을 감추고 살아가는지를 드러낸다. 이 소설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구병모가 목소리를 ‘진실의 도구’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인물들이 부르는 노래는 그들의 상처이자 고백이며, 동시에 세상이 들으려 하지 않는 진실이다. 그녀는 소리와 침묵을 대비시키며, 인간이 사회 속에서 어떻게 감정을 검열당하고 있는지를 예리하게 포착한다. 절창은 결국 ‘인간의 잃어버린 언어’에 대한 이야기다. 구병모는 질문한다. “우리는 여전히 스스로의 목소리로 말하고 있는가?” 이 물음은 단순히 문학적 수사가 아니라, 독자의 삶을 직접 겨냥한다. 절창은 듣는 이에게 ‘당신의 노래는 무엇인가’라고 묻는 거울과 같다.

인물과 서사 — 상처로 엮인 존재들의 합창

『절창』의 인물들은 모두 고립되어 있다. 사회 속에서 자신이 어디에 속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구병모는 이들을 절망의 존재로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이 서로의 목소리를 통해 연결되는 순간, 아주 미세한 구원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주인공은 타인의 고통을 듣는 능력을 가진 인물로 등장한다. 그는 남들의 절창을 듣고 그 소리를 기록하려 하지만, 결국 자신 안의 침묵을 마주하게 된다. 구병모는 이 과정을 통해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의 불가능성”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결을 시도하는 인간의 의지”를 동시에 그려낸다. 특히 주인공이 듣는 각 인물의 노래는 사회적 주제와 맞닿아 있다. 누군가는 생계의 벽 앞에서 침묵하고, 또 다른 이는 과거의 폭력 속에서 노래를 잃어버린다. 이들의 목소리가 모일 때, 우리는 개인의 고통이 아니라 집단적 현실의 단면을 듣게 된다. 구병모는 이를 통해 ‘사회적 인간성’의 상실을 고발하면서도, 그 속에서 여전히 꺼지지 않은 생의 불씨를 보여준다.

구병모 문학의 현재 — 차가운 문체와 따뜻한 인간학

구병모의 문장은 언제나 절제되어 있다. 『절창』에서도 그녀는 감정을 폭발시키지 않는다. 대신 차가운 문체 속에 뜨거운 감정을 숨겨둔다. 문장은 간결하지만, 그 사이사이에 침묵의 무게가 배어 있다. 독자는 그 침묵을 읽으며 스스로 감정을 복원해야 한다. 이것이 구병모 문학의 힘이다. 감정의 직접적 묘사 대신, 상징과 이미지로 감정을 전달한다. 그래서 『절창』은 읽는 순간보다 읽고 난 뒤의 여운이 더 길다. 또한 이 작품은 구병모의 기존 작품 세계와 뚜렷이 연결되어 있다. 『위저드 베이커리』가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들며 성장의 서사를 다뤘다면, 『절창』은 그 성장 이후의 인간을 탐구한다. 이제 그녀의 인물들은 초월보다는 ‘지속’을 택한다. 무너진 세계 속에서도 여전히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결국 『절창』은 구병모 문학이 도달한 하나의 정점이다. 절망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을 놓지 않으려는 태도, 그것이 바로 오늘의 구병모가 말하는 인간성이다.

『절창』은 노래를 통해 인간의 진실을 탐구하는 구병모 문학의 집약체다. 작가는 목소리를 잃은 시대 속에서, 여전히 말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을 보여준다. 절창은 슬프고도 아름다운 선언이다. 그것은 인간이 완전히 침묵할 수 없다는 증거이며, 구병모는 그 불완전한 울음 속에서 인간다움의 마지막 빛을 발견한다. 『절창』을 읽는 일은 곧 자신의 목소리를 다시 듣는 행위다. 그리고 그것이 구병모가 오늘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문학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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