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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탕 출퇴근 책 무감각 속의 저항 기능의 분화 인물

by 달빛서재03 2025.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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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탕 출퇴근의 책 표지

정용대 작가의 『진흙탕 출퇴근』은 단순한 직장인 서사를 넘어서, 현대 도시인의 감정 소모와 자아 소외를 깊이 있게 탐구한 작품이다. 특히 이 소설은 주인공을 비롯한 인물 구성을 통해 현대 노동 환경 속에서 인간의 감정이 어떻게 억눌리고 무뎌지는지를 드러낸다. 이 글에서는 『진흙탕 출퇴근』의 주요 인물 구조를 중심으로 주인공의 감정 흐름, 주변 인물의 기능, 그리고 이들이 담고 있는 상징성까지 자세히 분석해 본다.

주인공의 감정: 무감각 속의 저항

『진흙탕 출퇴근』의 주인공은 이름조차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는다. 그는 ‘나’로 지칭되며, 이익보다 생존에 집중한 존재로 묘사된다. 출근길의 지하철 안에서부터 회사의 사무 공간까지 이어지는 반복적이고 고립된 일상은 주인공의 감정을 점차 마비시킨다. 감정의 고갈은 단지 피곤함이나 짜증이 아니라, 자기 정체성 자체를 상실해 가는 과정으로 나타난다. 그의 내면은 처음부터 끝까지 침묵한다. 주인공은 목소리를 내지 않으며, 갈등을 피해 가고, 자기감정을 타인에게 전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침묵은 단순한 체념이 아니다. 오히려 작가는 이 침묵을 ‘저항’의 방식으로 제시한다. 현실에 떠밀리듯 적응하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질문하고 있는 그의 모습은 독자에게 강한 울림을 준다. 특히 후반부에서 주인공은 작은 사건을 계기로 사무실에서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정시에 퇴근하거나, 회식에 가지 않거나, 상사의 농담에 웃지 않는 행위 등은 기존의 규범을 어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오히려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시도이다. 이런 행동은 무기력함 속에서도 인간다운 감정을 되찾으려는 미세한 ‘감정의 복원’으로 읽을 수 있다.

주변 인물: 역할과 기능의 분화

정용대 작가는 주변 인물들을 단순한 조연이 아닌, 주인공의 내면을 투영하고 강조하는 장치로 활용한다. 예컨대, 회사의 과장은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꼰대’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시스템에 완전히 동화된 인물이다. 그는 조직의 생리를 이해하고 있는 듯하면서도, 자신만의 감정은 철저히 억제한다. 이런 인물은 주인공에게 ‘미래의 나’가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심어준다. 또한 동료 직원 중 ‘진영’이라는 여성 캐릭터는 주인공과는 대조적인 인물로, 자신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사소한 일에도 반응한다. 그녀는 유일하게 주인공에게 말을 건네는 인물이며, 그녀의 존재는 주인공이 인간적인 교류를 느낄 수 있는 희박한 통로가 된다. 그러나 그녀 역시 결국 회사를 떠나게 되며, 그 장면은 작중에서 가장 강렬한 상실감을 불러일으킨다. 기타 인물들 무표정한 팀장, 입만 열면 퇴사를 말하는 후배, 사무실을 청소하는 외주 노동자 등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도시 노동자’라는 정체성의 변형을 보여준다. 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회사 안의 불합리와 피로를 견디며 살아가지만, 결국엔 동일한 구조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에서 구조의 ‘균질성’을 드러낸다.

인물들의 상징성과 구조적 의미

『진흙탕 출퇴근』 속 인물들은 단순히 이야기를 끌어가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이들은 현대 사회에서 각기 다른 위치와 감정 상태를 대변하는 상징들로 기능한다. 주인공은 ‘침묵하는 다수’를, 과장은 ‘순응의 결정체’를, 진영은 ‘감정의 마지막 희망’을, 그리고 외주 노동자는 ‘보이지 않는 존재’를 나타낸다. 특히 작품 제목에 등장하는 ‘진흙탕’이라는 표현은 인물 전체의 감정 상태를 비유하는 핵심 상징이다. 진흙탕은 쉽게 빠져나올 수 없고, 걸을수록 더 깊이 빠지며, 주변을 더럽히기도 한다. 이 속에서 걷는 인물들은 결국 서로를 피해 가면서도 동시에 얽혀 있다. 작가는 이런 구조를 통해 현대인의 고립과 연결의 역설을 표현한다. 더 나아가, 등장인물들의 대사와 행동에는 반복적인 패턴이 있다. 같은 말을 하고, 같은 표정을 짓고, 같은 리듬으로 움직인다. 이러한 반복은 마치 기계적인 시스템 안에서 프로그램된 인간처럼 보이게 만들며, 인간성의 소멸이라는 더 큰 테마로 연결된다. 이는 독자에게 묻는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 얼마나 내 의지로 움직이고 있는가?『진흙탕 출퇴근』은 인물 구조를 통해 단순한 회사 생활의 묘사를 넘어, 자아와 감정, 인간성의 위기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정용대 작가는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을 통해 독자 스스로 자신의 감정 상태와 위치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오늘도 반복되는 출퇴근길에서 우리는 과연 얼마나 ‘나’로 살고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고 싶다면, 『진흙탕 출퇴근』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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