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반복되는 출퇴근과 일상 속에서 무뎌진 감정을 되살려주는 책이 있다. 바로 이미예 작가의 신작 『탕비실』이다. 이 책은 ‘탕비실’이라는 작고 사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직장인의 감정과 고단함을 다정하게 꺼내어 보여준다. 소음 가득한 하루 끝에 마음 한편을 다독여주는 위로문학으로, 요즘 직장인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탕비실이라는 공간이 주는 감정적 상징성
탕비실은 회사라는 공적 공간 안에서 유일하게 ‘쉼’을 허락하는 장소다. 커피 한 잔을 들고 조용히 앉을 수 있는 몇 분의 여유, 아무 말 없이 마주치는 동료와의 침묵, 잠시 눈을 감을 수 있는 소파 하나. 『탕비실』은 바로 이 공간이 주는 작지만 확실한 안식에 주목한 책이다. 이미예 작가는 탕비실을 단순한 배경으로 삼지 않는다. 오히려 ‘탕비실’ 자체를 주인공처럼 다룬다. 책 속 인물들은 모두 탕비실에서 울고 웃으며 감정을 회복한다. 누군가는 혼자 울음을 삼키기도 하고, 누군가는 종이컵에 커피를 따르며 숨을 고른다. 그렇게 일상의 피로와 감정의 찌꺼기를 하나하나 내려놓는 공간으로 탕비실이 묘사된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작가가 탕비실을 ‘사회적 휴게소’가 아닌 ‘감정의 정지선’으로 그려낸다는 점이다. 즉, 다시 업무로 뛰어들기 전 감정을 가다듬고, 자기 자신에게 짧게 숨 고르기를 허락하는 자리로서의 상징이다. 이는 직장인 독자들에게 강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탕비실』의 배경은 실제 직장생활에서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 현실적인 장소이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누구나의 마음에 스며드는 보편적인 감정이다. 작가는 이 공간을 통해 ‘우리는 모두 고장 나기 전에 잠깐 멈춰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일상을 어루만지는 문장, 감정을 회복하는 글쓰기
이미예 작가의 글은 부드럽지만 날카롭다. 사소한 감정 하나도 허투루 지나가지 않으며, 짧은 문장 안에 감정을 눌러 담는다. 『탕비실』은 일상의 언어로 쓰였지만, 그 안에는 삶에 지친 마음을 어루만지는 힘이 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글의 속도다. 빠르게 전개되거나 극적인 사건 없이, 담담하게 흘러가는 구성은 독자의 리듬을 배려하는 방식이다. 마치 숨이 차오를 때 누군가가 조용히 “괜찮아, 여기 앉아”라고 말해주는 느낌이다. 책 속의 인물들은 평범한 직장인이다. 말수 적은 대리,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워킹맘, 성과 압박에 지친 신입사원 등 현실 속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인물들이다. 이들의 감정은 직설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독자들은 읽는 내내 “나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문장 하나하나가 독백처럼 다가오며, 일상에 짓눌린 감정을 정리해 주는 역할을 한다. 특히 “탕비실은 회사에서 내가 나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다”는 구절은 많은 직장인들이 공감하며 SNS에서 공유하고 있는 대표 문장이다. 작가는 감정을 설명하지 않고 보여준다. 독자는 그 문장을 통해 스스로를 투영하고, 자기감정을 발견한다. 바로 이 점이 『탕비실』이 ‘힐링문학’이라 불리는 이유이며,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이 책이 감정 회복의 계기가 되는 이유다.
직장인 독자들이 ‘탕비실’에 열광하는 이유
『탕비실』은 출간 이후 직장인들 사이에서 빠르게 입소문을 타며 화제가 되었다. 특히 야근에 지친 날, 상사의 말 한마디에 무너진 날, 무기력함에 잠기고 싶은 날 이 책을 펼친 이들은 공통적으로 “나를 위로해줬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이 책은 ‘공감’ 그 이상을 준다. 단순히 나와 비슷한 이야기가 적혀 있어서가 아니라, 작가가 독자를 위로하려 했다는 의도가 문장마다 배어 있기 때문이다. 위로가 목적이 아니라, 함께 앉아주는 느낌. 이게 직장인 독자들에게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둘째, 글이 가볍지 않다는 점이다. 감정 회복을 다룬 책들 중 일부는 지나치게 낙관적이거나 긍정의 언어만을 강조하지만, 『탕비실』은 현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힘들면 힘들다고 해도 돼요”라는 메시지는 수많은 직장인들이 지금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말이다. 셋째, 짧은 챕터 구성은 바쁜 직장인의 독서 패턴에도 잘 맞는다. 긴 호흡 없이도 하루 한 편씩 읽을 수 있는 구성은 책을 멀게 느끼지 않게 한다. 그래서 많은 독자들이 『탕비실』을 퇴근길 지하철에서, 점심시간에 혼자 앉아 읽으며 감정을 정리하고 있다. 넷째, 감정 소비에 지친 세대에게 ‘회복’을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이 책은 감정을 쓰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들여다보게 한다. 많은 직장인이 스스로를 잊은 채 일에 파묻혀 살아가지만, 『탕비실』은 그들에게 “너도 괜찮아지고 싶었지”라고 조심스럽게 묻는다. 그리고 독자는 비로소 자신을 마주한다. 이미예 작가의 『탕비실』은 단순한 공간이야기가 아니다. 지친 감정을 회복할 틈조차 없는 현실 속에서, 조용히 우리 곁에 앉아주는 문장들로 가득하다. 이 책은 지금 당신의 마음 한 구석을 알아봐 주는 따뜻한 존재다. 만약 오늘 하루도 견디느라 애썼다면, 『탕비실』 속으로 조용히 들어가 마음을 내려놓아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