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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트 책 고향이 아닌 고국 격투기, 생존, 외로움과 연결

by 달빛서재03 2025.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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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트의 책 표지

이라야 작가의 『파이트』는 캄보디아에서 자란 열일곱 살 소년 ‘하람’이 격투기 선수를 꿈꾸며 한국으로 가출해 펼쳐지는 현실 성장소설이다. 이 작품은 단순한 스포츠 서사도, 자립 판타지도 아니다. 선교사인 아버지 아래에서 정체성을 억누르며 살아온 한 청소년이, 자신의 꿈을 위해 고향 아닌 고국으로 떠나 자립하고, 외로움과 불안을 ‘몸’으로 버텨내며 자기만의 길을 찾아가는 감정의 서사다. 『파이트』는 낯선 도시 서울에서 펼쳐지는 이문화 충돌, 고립, 생존, 그리고 성장의 리얼한 현장을 담담히 보여준다.

고향이 아닌 고국, 낯선 땅에서 시작된 ‘진짜 나’ 찾기

‘하람’은 캄보디아에서 태어나고 자란 소년이다. 한국 국적을 가졌지만, 말투도, 피부색도, 감정 표현 방식도 그곳 아이들과 닮아 있다. 선교사인 아버지와 함께 살았지만, 그 삶은 어디까지나 ‘아버지의 가치관’에 복속된 삶이었다. 하람은 겉으로는 조용한 아이였지만, 내면에는 끓어오르는 감정과 명확한 꿈, ‘격투기 선수’가 되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다.『파이트』는 하람이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선택하고 싶다는 단 한 가지 이유로, 아버지 몰래 한국으로 가출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그가 도착한 서울은 너무나도 낯설다. 언어는 통하지만 정서는 다르고, 사람은 많지만 혼자다. 지낼 곳도, 밥을 먹을 곳도,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 줄 사람도 없는 이 도시는 하람에게 진짜 싸움을 걸어온다. 작가는 ‘이방인의 시선’으로 본 한국 사회를 매우 섬세하게 묘사한다. 지하철에서, 헬스장에서, 퀵 아르바이트 중에서 하람이 마주하는 차가움은 그 자체로 문화 충돌이자 정체성 혼란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하람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더 강해지려 한다. ‘맞서 싸운다’는 뜻의 파이트는, 결국 하람 자신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격투기, 생존, 그리고 자립이라는 진짜 싸움

하람이 선택한 ‘격투기’는 단지 스포츠가 아니다. 그것은 통제되지 않는 감정을 조절하는 법, 몸으로 증명하는 삶의 방식, 그리고 상처를 회피하지 않는 태도다. 작가는 격투기라는 소재를 통해 하람이 감정과 고통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든다.

하람은 훈련장에서 처음으로 ‘자신을 똑바로 바라봐주는 어른’을 만난다. 감정을 억누르거나 가르치려 드는 것이 아니라, ‘너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던져주는 사람들이다. 이 경험은 하람의 감정을 조금씩 열리게 하고, 지금껏 눌러왔던 자신을 인정하고 꺼내게 만든다. ‘가족’이란 울타리에서 벗어나 스스로 관계를 맺고 감정을 드러내는 법을 배워가는 것은 『파이트』가 말하는 성장의 핵심이다. 그리고 생존은 물리적 의미를 넘는다. 하람이 겨우 얻은 단칸방,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일상, 통장 잔고보다 더 불안정한 감정 상태. 이 모든 것을 버텨내며 하람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자립이라는 것을 몸으로 배워간다. 작가는 그 과정을 빠르게 그리지 않는다. 하루하루를 그저 살아내는 방식으로, 천천히 단단해지는 모습을 묘사한다.

외로움과 연결, 그리고 성장의 끝에서

『파이트』는 단지 이방인의 서울 생존기가 아니다. 이 작품은 자기 삶을 선택하고 싶은 한 아이의 고독한 투쟁이자, 다름 속에서 연결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다. 하람은 도중에 무너지고, 굶고, 다치고, 오해받고, 도움을 거절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점점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과 손을 맞잡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누군가에게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고,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고, 앞으로 가고 싶은 길을 설명한다. 그 순간 하람은 더 이상 캄보디아 소년도, 서울의 외국인도 아니다. 그는 ‘하람’이라는 단 하나의 사람이 된다. 이 소설은 말한다. 진짜 싸움은 남과의 대결이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 인정하는 용기’로부터 시작된다고. 이라야 작가의 『파이트』는 지극히 낯선 땅에서 자립하고 성장하려는 한 17세 소년의 감정적 여정을 그린다. 그 안에는 아버지의 이름으로 살아온 과거, 누군가의 그림자였던 정체성, 그리고 스스로를 선택하려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다.『파이트』는 누구보다 강하고 싶었던 소년이 결국 ‘강함이란 내 감정을 부정하지 않고, 나 자신을 믿는 것’이라는 진리를 얻어가는 이야기다. 낯선 세상에서 흔들리고 있는 또 다른 하람에게 이 책은 말한다. “도망쳐도 괜찮아. 하지만 언젠가, 진짜 너와 마주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파이트라고 알려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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