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하 작가의 『푸른 머리카락』은 청소년기의 정체성 혼란과 감정적 격랑을 색이라는 상징을 통해 서사화한 작품이다. 주인공은 머리카락을 파랗게 염색하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외부로 드러내며, 세상과 본격적인 마주함을 시작한다. 이 작품은 청소년기의 불안과 고립, 갈등과 자아탐색을 깊이 있게 조망하며, 감정의 색을 문학의 언어로 정리한 성장소설이다. 본 글에서는 이 작품에 나타난 ‘푸른 머리카락’이라는 상징의 의미와 함께, 정체성 형성과 감정 표현의 흐름을 분석하고자 한다.
파란 머리카락, 외면된 정체성의 신호
소설의 출발점은 단순한 외형의 변화처럼 보이는 염색이라는 행동이다. 그러나 주인공 소은의 파란 머리카락은 단지 스타일이 아니라, 자아의 선언이고 내면의 신호이자 생존의 전략이다. 그녀는 사회가 정한 틀과 기대에 자신을 끼워 넣지 못한 채 점점 내면으로 침잠하게 된다. 그러던 중, 푸른색이라는 색을 선택하며 세상에 작은 저항의 목소리를 내게 된다.푸른색은 고독과 거리감, 슬픔의 감정을 상징하기도 하고, 자유와 진실을 향한 갈망을 품은 색이기도 하다. 소은은 바로 이 양가적인 의미를 모두 품고 있는 색을 택함으로써, 스스로를 설명하려 한다. 자신이 무엇을 느끼고, 왜 아프며, 어떻게 존재하고 싶은지를 설명할 말이 없을 때, 색이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된다. 남유하 작가는 이 머리카락이라는 매개를 통해 외부 세계와의 충돌, 감정의 표출, 사회적 시선의 부담을 정교하게 그려낸다.이러한 파란 머리카락은 독자에게도 하나의 질문을 던지는 장치로 작용한다.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과 충돌하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무언가를 선택하게 된다. 누군가는 침묵을, 누군가는 말끝을, 누군가는 눈빛을 무기로 삼는다. 소은은 그 선택이 ‘파란 머리카락’이라는 점에서 보다 명확하고 강렬하게 다가온다.
혼란의 시기, 자아를 발견하는 여정
청소년기는 가장 혼란스러운 시기이다. 외부의 기대와 내부의 진심이 계속해서 충돌하며, 존재의 방향이 모호해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소은은 자신이 누구인지 명확하게 정의하지 못한 채, 정체성의 경계에서 머물고 있다. 주변 친구들과의 관계는 소원하고, 어른들과의 대화는 단절되어 있다.그녀는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도 설명할 수 없어 답답함에 빠진다. 하지만 그 답답함조차 주변으로부터는 이해받지 못한다. 결국 소은은 세상과 거리 두기를 시도하며, 내면을 파고들어 자기 자신과의 대화를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머리카락의 색은 자신의 존재를 외부로 번역하는 하나의 언어가 된다.남유하 작가는 소은의 내면을 평면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각 장면마다 감정의 층위를 세밀하게 표현하며, 마치 일기장을 읽듯 소은의 변화 과정을 따라가게 한다. 그녀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실재하는 외부 세계와 이어지며, 소설은 현실성을 획득하게 된다. 이것은 단지 주인공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많은 청소년이 공유하는 감정의 풍경으로 확장된다.
색을 통해 정서를 표현하는 문학적 장치
『푸른 머리카락』은 청소년문학이 시도할 수 있는 상징적 서사의 좋은 예가 된다. 많은 성장소설이 사건과 대화를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이 작품은 시각적 상징인 ‘색’을 중심으로 서사를 끌어간다. 머리카락은 우리 몸에서 유일하게 자르고 염색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 특성은 감정과 정체성을 자유롭게 실험할 수 있는 ‘경계’로서 기능하게 된다.소은은 바로 그 경계를 통해 자기를 드러낸다. 작가는 이 장치를 활용하여 청소년기의 불안과 정서적 밀도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데 성공한다. 푸른 머리카락은 감정을 시각화한 상징이 되고, 정체성의 흔들림을 표현하는 도구가 된다. 그것은 아픔의 선언이자, 존재의 표시이며, 세상에 보내는 조용한 신호이기도 하다.이 작품은 색이라는 감각적 수단을 문학적 언어로 바꾸는 데 뛰어난 감각을 보여준다. 문학이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감정을 전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상징적 장치를 통해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지를 증명한다. 푸른 머리카락은 그래서 하나의 이야기이자, 하나의 세계이고, 하나의 감정 지도이기도 하다.